21년 9월부터 24년 9월까지, 3년 동안 1억 모으기 프로젝트를 계획했고, 딱 절반이 지났다. 오늘은 그 중간점검을 해보자. 자산의 구성과 앞으로 남은 1년 반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이야기해보자.
3년에 1억이라면 현재 시점에서 5천만원을 모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으지 못했다. DB형으로 적립된 퇴직금까지 계산에 넣어봐도 총 자산은 4400만원 가량이다.
출처: 토스뱅크 '내 자산'
입출금, 저축, 투자를 제외하고, DB형 퇴직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이하 내채공) 적립금이 26% 비중으로 잡혀 있다. 추후에 브런치 포스팅으로도 다룰 예정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하는 청년정책은 악착같이 찾아서 챙길 필요가 있다. 현재 직장에서 수습기간이 끝날 때 가입한 내채공은 자산 형성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얼마전에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자산 구성에서 투자는 가장 예측이 어려운 영역이다. 투자가 잘되면 1억이 아니라 1억 2천만원도 모을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이 커지면 8천만원도 겨우 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변동성이 큰 주식(a.k.a 테슬라)의 비중을 조절하고 지수추종etf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변동성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출처: 헤르메스의 내일채움공제 적립 현황
3년에 1억 모으기를 계획한 이유는, 20대에 1억이라는 돈을 직접 모아보고, 굴려보기까지의 경험치를 쌓기 위해서였다. 26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29살까지의 자산계획을 세운 것. 그런데 하다보니 정부에서 오래된 관습인 한국식 세는나이를 만나이로 통일한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1년의 시간이 더 생긴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이가 무엇이 중요하랴. 중요한 건 '내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의미한 돈을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모아 보는 경험이다.
창업을 한다던가, 내집마련을 한다던가, 1~2년 공부를 해서 무언가에 도전해본다던가, 결혼을 한다던가, 훌륭한 투자기회를 포착해서 크게 배팅한다던가 하는 인생사의 큰일을 할 때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줄 돈을 나는 '내 자본'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몇백 만원도 물론 큰 돈이지만, '내 자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만한 무언가를 하기 위한 최소 금액은 1억 정도가 아닐까.
나는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흙수저로 살아갈 생각이 없다
학창시절에 학원도 다니고, 용돈도 받았다. 대학생 때도 부모님이 뒷바라지해주셨다. 부족함 없이 커왔다고 생각하기에 나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흙수저냐 아니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자본'이 있냐 없냐로 결정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흙수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붙는 칭호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인적, 물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아파트 같은 자산을 증여받지 못하고, 오히려 부모의 노후준비를 도와야 하는 평범한 청년들에게 붙는 칭호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그러니까 나 같은 청년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갈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자산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연봉이 2500인지 3000인지, 회사에서 직급이 사원인지 대리인지, 회사 규모가 작은지 큰지, 좋은 대학을 나왔는지 아닌지... 나는 이제 그런 거에 관심이 크게 없다.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산을 꾸준히 모아갈 수만 있다면 다른 조건들은 대부분 부차적인 것이 된다. 주변 사람들과 내 상황을 비교할 필요도 없고, 비교해봐야 별 의미도 없다는 걸 깨달아간다. 사회인이 되면서부터 부모님에게 천원 한 장 받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고, 내일모레 60이 되시는 부모님의 노후 준비를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가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해서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지 않다. 내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키워주신 부모님께 사랑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내가 받은 청년전세대출의 금리. 1년 반 동안 2배가 올랐다!
현실은 냉혹하고,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건 매우 어렵다. 천안이 본가이고, 집에 돈이 없는 나는 상경하며 전세대출을 받아야 했고, 나날이 높아지는 금리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식비, 통신비, 난방비...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는 것을 배워갔다. 젊을 때 즐기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지금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을 여러 개 사고, 자동차를 운전하면 과도하게 많은 돈을 끌어쓰게되어, 미래의 내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우게 된다. 젊음을 즐기는 방법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내게 있어서 젊음을 즐기는 방법은 내가 크게 다치든, 실직을 하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일이 생기든 상관없이 인생을 잘 운영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자산을 즐겁게 모아가는 일이다.
중간결산을 끝낸다. 비록 5천만원을 모으진 못했지만, 앞으로 남은 1년 6개월간 변함없이 절약하고, 투자하고, 저축하고, 공부하며 지낸다면 1억 원 달성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정도 안정 궤도에 올라왔으니, 이제부터는 돈이 얼마냐를 떠나서 돈이란 무엇이며, 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나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일에 더더욱 몰입해야겠다.
끝으로, 여자친구 S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 나보다 돈을 더 잘 모으고, 투자도 잘하는 게 그녀임을 고백한다. ('경제 지식'은 내가 더 많을지언정 투자 결과만 놓고 보면 그녀가 훨씬 더 좋다) S는 1년 동안 내게 많은 도움과 깨달음을 주었다. 악착 같이 절약하는 남자친구에게 정떨어지지 않고,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여자는 흔치 않다. 브런치를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녀의 공이 컸다. 프로필 캐릭터도 그녀의 작품! 함께 돈 공부를 해나가는 동료로서, 내 브런치의 가장 열렬한 독자로서 그녀에게 빚지고 있는 바가 정말 크다. 늘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