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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Nov 28. 2022

젊음을 즐기라는 말, 희대의 헛소리 아닌가요?

욜로, 욜로 외치다가 골로 갈지도

나는 젊음을 즐기라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젊은 시절을 이미 지나온 어른들에게 정말 많이, "너네 때가 좋을 때다. 젊음을 맘껏 즐겨라"라는 말을 듣지만 당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내게 젊음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한 푼의 돈이라도 더 저축하고, 자기계발 등에 시간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놓지 않는다면 도저히 미래가 보이질 않는데, 어떻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일까? 즐기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따라오는 것이라던가,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에 공감하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나는 저 말이 미칠듯한 헬 난이도 게임을 즐겁게 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즐겁게 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극악의 난이도 때문에 학을 떼고 말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언감생심이지만 훗날엔 못도 박고, 남한테 전월세도 주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집'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고 싶으면 아이도 낳아서 모자람 없는 환경에서 사랑으로 키우고, 나의 노후 준비도 차근차근 해보고 싶은 내 꿈, 너무 과도한 욕심일까?


세상은, '참으로 과도한 욕심을 품고 있구나, 젊은이여'라고 말하는 듯하다.


21세기의 2030 젊은이들에겐 평생 살인적인 경쟁사회 속에서 아등바등 살며 전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혼은 꿈도 못 꾸고, 노후 준비도 못 하는 삶이 보편적이고 평범한 삶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면 나도 좀 편해질 텐데,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쉽게 잠재우기가 어렵다. 이제부터 조금 뻔한 이야기를 해보자.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저출생 국가이다. 이로 인해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고, 상권이 죽고, 군대는 적정 인원을 징집하지 못하는 등 무수한 사회 혼란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줄어든 인구수에 서서히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외국인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다.

대한민국은 급격하게 노인이 많아지는 국가가 될 것이고, 부양인구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노인이 살기 좋은 국가일까? 우리 모두는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대한민국은 노인자살률이 매우 높다. 노동에 참여하는 노인 비율도 매우 높은데, 이는 연금이나 축적해 놓은 재산, 사회복지 서비스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해서 일터로 나가야 하는 노인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이고, 노인들의 소득원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달한다. 일하는 노인이 너무나도 많은데, 역설적이게도 빈곤한 노인이 OECD 기준 1위이다. 노인 중 절반이 빈곤한데,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자연히 '경제적 궁핍'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고독사하는 노인분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내가 마주할 노년의 삶은 현재보다 더더욱 팍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인 예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망으로 일컬어지는 국민연금만 봐도 그렇다. 국민연금은 필연적으로 고갈되는 재원이고, 거칠게 말하자면 다단계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폰지사기'에 가까운 제도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그마저도 나날이 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내가 받게 될 즈음이면 커피값이나 교통비 정도나 될런지 모르겠다.



100세 시대라고 한다. 60세 전후로 은퇴한다고 치면, 40년을 거의 홀로 생존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사회보장제도가 공고한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까? 글쎄,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각자도생으로 노후를 헤쳐나가야 하는 오늘날 같은 사회구조가 계속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인생 전체로 놓고 보면, 찰나의 순간일 젊은 시기를 즐기면서 보내고, 평생을 빈곤 속에서 살 순 없다. 장수는 대표적인 인생의 축복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빈곤은 장수를 저주로 만들어버린다. 마주하기 싫을 만큼 무서운 현실이지만 도저히 외면하기는 어려운 삶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젊음을 즐겨라!


나는 저 말에 함의된 속뜻을 알고 있다. 젊고, 건강하고, 신체적 활력이 넘치는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안 올 이 시기를 마음껏 향유하고 후회 없이 보내라는 응원과 조언이라는 걸 안다.

다만, 조언과 응원을 제대로 하려면 속 빈 강정 같은 말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세상을 왜곡하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보며 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난 왜 돈을 열심히 모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서다. 앞선 시대를 사신 어른분들께 이렇게 말하고 싶다. '즐거움'을 논하기에 앞서 생존 문제로부터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세상을 먼저 만들어 주세요.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하셨다면, 어쩌면 말을 아끼는 게 중간은 가는 것일 수도 있어요. 제 주변에서 저런 말 듣고 힘을 얻는 청년이 거의 없거든요...


*<1억 프로젝트> 1편부터 차례대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brunch.co.kr/@tam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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