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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Feb 21. 2023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이유(셀프 인터뷰)

브런치 채널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목표와 의미

MBTI 검사를 해보면 P(Perceiving, 자율성·유동성)가 나오고, 실제로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무계획적으로 하는 걸 즐기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공부, 투자, 자기개발 쪽에서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곤 하는 내가 신기하다. 브런치 채널을 개설하고, 키워가면서 운영할 때도 어떤 콘텐츠를 발행할 것인지와 축적된 콘텐츠를 활용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이 완비된 상태에서 진입했다.

오늘은 친근하게 반말로, 내가 나를 인터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주제는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이유!'이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이고, 목표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찾고 있는지와 3개월가량 글을 쓰며 느낀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는 인터뷰가 될 것이다.




Q1.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브런치 왜 하니?

콘텐츠를 생산해서 축적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작가 파워'를 갖기 위해서야.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제1 목표로 세웠던 것이 '돈 공부'였는데, 이걸 꾸준히 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익혔던 기술과 지식을 저장해놓는 게 필요하겠더라고. 내가 브런치에 연재하는 콘텐츠가 충분히 쌓이면 기획, 편집, 디자인, 유통까지 혼자서 진행하는 '1인 독립출판'을 해볼건데, 나는 상업적 성공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문제는 연간 수천 권의 독립출판물이 생산되지만, 유의미한 판매량을 올리는 상업성까지 갖춘 책은 매우 드물다는 거야. 거대 자본으로 책을 만드는 대형 출판사도 초판(2천권)을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책을 판매하기 어려운 세상이니까.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작가 파워'라고 할 수 있어. 내가 그동안 어떤 삶의 궤적을 그려왔는지 지켜본 사람들, 콘텐츠의 정보성뿐만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어떻게 공부하고 발굴해왔는지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야. 좋은 책을 내도 무명 작가라면 시장이 알아서 반응해주지 않는 시대니까, 내가 먼저 '좋은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 거지.


Q2. 돈 벌려고 브런치도 개설하고, 독립출판물도 내는 거네?

당연하지.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가수 이랑의 책제목). 하지만 단순히 돈이 목적인 것은 아니야. 상업적 목표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거든. 난 대한민국 출판계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고자 하고, 출판 편집자로서 특별한 입지를 다져보고자 하는데, 이때 독립출판물 프로젝트가 초석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 진짜 목표가 이뤄진다면 돈이야 손실이 나도 괜찮아. 김칫국부터 들이마시는 거지만, 정말로 내 독립출판물이 꽤 돈이 된다면 50% 정도는 평소 마음이 쓰였던 공공단체에 기부해보고 싶어.

대학생 때부터 글을 써오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글값이 참 저렴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글로 표현하기까지 드는 '노동력'이 상당한데도 금전적 보상이 미약하다는 게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을 좌절시키는 이유 1위가 아닌가 싶어. 그래서 나는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위해서 가능하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하고자 해.


Q3. 브런치 운영 3개월 차인데,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브런치는 구독자 모으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 양질의 정보와 통념을 깨는 통찰이 담긴 포스팅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도, 채널이 성장하는 속도가 만족스럽진 않아. 물론 자리를 잘 잡았다는 것도 좋은 성과이지만, 내가 콘텐츠를 발행하는데 들이는 노력에 비한다면 조회수와 구독자 느는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는 뜻이야(경험하고 공부하고 정리하고 자료를 모으는 데 폼이 많이 들어).

조회수도 다음 메인화면에 걸리거나, 브런치 메인에 걸려야 많이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낮다는 문제도 있고. 지금 보니 구독자 354명에 총 조회수는 57,489네. 그래프 좀 봐. 다음 메인화면에 걸린 19일과 20일에만 수치가 치솟고 있어.

헤르메스 채널 조회수 캡처


나는 아이템, 컨셉, 목표가 명확한 상태에서 채널을 개설했고, 출판 편집 실무자인 데다가 국문과 출신이니 아무래도 유리한 측면이 많은 케이스야. 그런데도 타 플랫폼에 비해 성장 속도가 많이 느린 걸 보니, 브런치 생태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꽤 이름값이 있는 작가가 되려면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것 같아. 특히 나는 '취업, 퇴사, 결혼, 연애, 이혼, 여행, 육아' 같은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주제를 거의 다루지 않으니까. 일상을 공유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글도 거의 없고.


Q4. 그간 악플은 없었어?

없었어.


Q5. 만약 악플이 달린다면?

악플 한두 개 정도는 오히려 좋을 것 같아. 누군가가 시샘할 정도로 성공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어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잘 휘둘리지 않는 스타일인데, 만약 내 멘탈까지 공격할 정도로 심각한 악플이라면 그건 진짜 고소감일 것 같아.


Q6. 하고 많은 아이템 중에서 왜 '돈 공부'야?

재테크 정보는 넘쳐나는 세상이잖아. 돈 벌어야 하는 이유, 돈 버는 방법론은 과잉인데 '돈이란 무엇이며, 돈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 보였어. 난 돈 많은 것보단 돈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지금까진 방법론 위주였고, 투자의 절대적 필요성에 대한 글이 많았지만 앞으로 차차 돈의 정체를 밝혀내고, 돈에 매몰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서 글을 써보려고 해. 책 한 권이 꽤 비싸. 훗날 내가 책을 내게 된다면, 책값보단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희귀하고 의미 있어 보이는 '돈 공부'를 아이템으로 선정했지.

https://brunch.co.kr/@tamer/3


Q7. 회사 생활, 브런치 연재, 투자, 부업, 문화생활, 운동까지.. '갓생' 사는 거 안 힘드니?

갑자기 자화자찬하는 것 같네. 당연히 열심히 사는 건 힘들어. 쥐뿔 얼마 살아보지도 않은 주제에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인생 살아가며 무언가 이루고자 한다면 얼마나 많은 수고와 좌절,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 체감하다보니,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어. 인생은 너무나도 짧고 허무해. 남들이 하찮게 여기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일지라도 인생사에서 무언가 족적을 남기려면 긴 고뇌의 시간과 무수한 노력이 항상 필요한 것 같아. 로또 당첨처럼 거저 주어지는 게 있다고 해도, 난 원치 않아. 그릇이 준비되지 않았는데 굴러들어오는 감당 못할 복(운)은 사람을 타락시키거나 파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거든. 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노력한 만큼만 보상받고 싶어(이것도 쉽지 않지).


Q8. 솔직히 브런치 발행하는 거 귀찮잖아. 그래도 꾸준히 하긴 했네?

정말 귀찮더라. 회사생활 하니까 더 그런 것 같아. '돈도 안 주는데 내가 왜 이런 무료 봉사(?)를..' 이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 하지만 꾸준히 했지. 일단 하기로 한 이상,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반드시 끝까지 가야 했거든. 끝까지 가보면 '성공'보다 훨씬 값진 '경험치'가 있으니까.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당장엔 실패나 좌절처럼 보여도 나중에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다는 걸 경험하고 나서부턴 귀찮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포기할 수가 없어졌어.

브런치 연재도 그렇고, 인생의 모든 도전이 비슷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성공DNA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앞서 쌓은 '경험치'들이 생전 처음 도전해보는 일을 만났을 때 '난 할 수 있다.'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게 해주거든. 앞으로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건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브런치로 만들어가는 여정을 끝까지 완주했을 때, 그것이 실패하거나 바보 같은 실수로 일을 그르치더라도, 끝끝내 도달한 곳에서 나는 반드시 '가치'를 발견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 그 가치들이 모여 인생을 힘 있게 살아갈 힘을 주겠지. 일종의 경험의 선순환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차라리 완벽하게 실패할지언정 중간에 포기할 순 없지.




내가 묻고 답하는 셀프 인터뷰 끝. 포스팅을 다 적고 나니, 갑자기 유튜버 장삐쭈가 만드는 <신병> 콘텐츠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가 떠오른다. 특급 병장 심진우의 대사인데, 비속어가 좀 있긴 하지만, 짧고 간결해서 좋았다.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실제 저 대사를 살아냈기에 더 와닿은 말이었다. 대사를 공유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총총


중간만 가라는 새끼들 말 절대 믿지 말고, 존나 열심히 해라.
존나 열심히 하면... 다 너한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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