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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Oct 12. 2022

글 쓰는 마음

하루 2시간 글쓰기를 결심하고서

오늘부터는 하루 2시간 글을 쓰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설거지하면서 우연히 본 영상이 이 약속을 조금 늦추었다. 결국 12시가 넘어 노트북을 두드린다. 10시면 모든 걸 멈추고 글을 쓰리라 다짐했는데. 내가 무얼 했냐고? 나는 계획적인 사람과 거리가 먼 즉흥적인 사람이다.


요즘은 조금 계획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오늘 아침만 봐도 나는 옷장 정리를 할 생각이 없었다. 어제도 추웠지만, 오늘 날씨는 더 추우니 몇 개만 꺼내느냐에서 옷장을 정리해버렸다. 우리 집은 다른 집보다 옷이 작아 가능하지만 다른 날로 계획해도 되었는데 즉흥적으로 진행해버렸다. 글을 쓰기 전에 샤워하며 물소리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은 경험이 있어서 샤워해야지 했다. 시계를 보니 9시 50분. “조금 늦게 시작해” 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샤워를 가볍게 하고 나왔다. 아빠가 보낸 고구마가 눈에 보여 에어프라이어 넣고 책상 앞에 앉으니 10시 30분. 이제 정말 쓰면 된다. 했는데 아침에 본 몇 가지 교육 자료들이 떠 올랐다. 잠시만 더 보자는 생각을 하고 화면을 보는데 띵띵!! 15분이 흘렀다. 다시 뒤집고 앉았는데 또 띵! 그 사이 15분이 지나서 나는 30분을 보냈다. 멍하게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지는 않았다.


유튜브 채널이 조회도 안되고 구독자도 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다. 사실 영상을 열심히 올리지도 않았다. 오늘 아침 알고리즘에 그걸 해결할 인스타 피드가 눈에 보였다. 내가 실행력이 이렇게 빠른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주변에서 듣던 이야기 “유튜브 다시 안 하세요? 나는 연서님이 유튜브를 하면 좋겠다.”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유튜브 채널을 새로 만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채널은 사실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글의 내용이 다 맞지는 않겠지만 주언규 PD(구, 신사임당)의 의견으로 쓴 칼럼이라 시도했다. 있는 채널을 다시 살리는 것보다 새 채널을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아침 생각만 하던 일을 하나 해결했다. 나의 정체성과 본질을 다루고 싶은 마음에 “글쓰는언니”를 만들었다. 기본 세팅까지 마치고 보니 12시가 가까워졌다.


예전에 나라면 10시에 글을 쓰지 못하면 망했다. 내일부터 해야지 하고 오늘을 보냈을 것이다. 그저 소비자였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어느 정도 생산자에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 유튜브 새 채널 생성. 우선 이것은 하자 정했더니 순서는 달라졌지만 진행했다.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를 한 것으로 평가되어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오늘 할 일로 적어둔 리스트에 시간대까지 모두 지키려면 나는 실수와 포기가 많아질 것을 스스로 안다. 오후에 해야지 하고 채널 개설을 미뤘다면 아마 그 순간이 지나 계속 미루다 유튜브는 나중에 해야지 했을 것이다. 잠시 순서는 달라졌지만 10시 전까지 집안일로 여유를 부리고 10시부터는 거실 책상으로 출근. 이 간단한 루틴은 지켜보려 한다. 오늘은 출근도 30분은 늦었지만.


새로운 글을 쓰기가 두려워 계속 미뤘는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도 두렵지만, 채널명이라도 정해두면 선명해질 것 같아서 졸속으로 만든 나란 여자. 두 번째 책을 쓰면서 책 쓰기 코칭하고 있다. 하루 2시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내 글을 써야 한다. 한동안 좋아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글쓰기를 무작정 했다. 나의 1순위는 글이었다. 다시 그 열정을 느끼고 싶다. 남편이 요즘 자주 하는 말 “네가 하고 싶은 게 글쓰기 아니었어? 너무 옆으로 가지는 마.” 웃어넘겼지만 그 말이 맞았다. 글쓰기를 놓고 다른 것들을 잡으면서 나는 글쓰기를 한다고 말하는 나를 보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글쓰기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 다른 곳에 가서 글 선생을 하고. 이 간단한 내 일을 다시 정리해봤다.


글쓰기가 좋아서 책이 좋아서 글을 쓰지만 나는 다독가도 아니고 필력이 엄청나게 좋지도 않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손과 머리를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그냥 앉아 있는데도 배가 고파진다. 참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안다. 그냥 앉아서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내 머릿속은 그 언제보다도 빠르게 움직인다. 내 손도 마찬가지다.


나는 글쓰기 수업에서 백스페이스 쓰지 말고 빠르게 쓰라고 하지만 내 손은 오늘도 열심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래서인지 글쓰기는 손을 움직이는 육체적 노동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집에서 이렇게 있으면 다들 노는 줄 알지만, 손은 손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글도 쓰면서 속도가 붙는다. 처음 글을 쓸 때는 a4 1장을 채우기가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30분 정도면 1장은 쓰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쓰는 이 글이 어떻게 다시 태어날지 궁금하다. 언제나 설레고 어려운 창작 내가 선택한 글쓰기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아니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열어 짧은 메모만 해도 충분히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면 좋겠다. 내가 처음 시간이 많아졌을 때 글쓰기 한번 해볼까 생각했던 것처럼.


*사진은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퇴고하지 않은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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