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인스타그램을 끝까지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시작은 부러움이겠지요. 어쩌면 이렇게 우와~ 역시로 시작해서 마지막이 가까워지고 첫 피드를 보면서 알게 됩니다. ‘이 사람도 시작이 있군.’ 그의 피드가 하나씩 모이면서 지금의 그 사람이 되고 그의 향기가 나지요. 물론 우리 모두 압니다. 꾸준함이 답이라는 것을. 제가 보는 그 사람의 피드도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나도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힘을 줍니다. 간혹 처음부터 멋진 피드나 콘텐츠도 있지요. 그 사람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공개하지 않던 자신을 드러내는 고수이거나, 엄청난 준비 후 전문가 느낌을 풍기는 세팅된 사람이거나.
저도 인스타그램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을 듣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지요. 똑같은 복제물 같은 게시글을 올리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저니까요. 요즘은 정말이지 같은 피드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비슷한 피드들이 수없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나도 해야 할까? 조금 느리더라고 내 방식을 찾아야 하나? 사람은 고쳐 쓰는 것 아니라는 옛말처럼 어설픈 저의 작은 신념은 바뀌지 않네요. 저는 느리지만 제 방식으로 가고 싶어요. SNS 특성상 정보를 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우리들의 알고리즘 안에서인 것 같아요.
저와 성향이 다른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완전히 달랐거든요. 어느 것에 관심을 보이느냐에 따라 알고리즘의 추천이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서 하나에 너무 매몰되고 싶지는 않아요.
글을 쓰는 작가, 글쓰기 수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관련 피드들이 책, 작가, 글쓰기 등 어쩌면 조금 재미없는 것들로 모여 있습니다. 거기에 가끔 맛집, 요리, 카페가 더해지면서 일상을 함께 삽니다. 저는 이런 소소한 일상이 좋습니다.
조금 더 정보를 주고 빨리 팔로우를 모아도 좋겠다 생각하면서 또 조금은 끈끈한 연대의 사람들이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네요. SNS 자체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 생각해보면 내 글의 예비 독자를 만난다. 나의 작고 소중한 수업을 알린다. 책의 홍보도 작가인 내가 해야 한다. 결국 제 SNS는 책을 팔고 강의를 팔고 무언가를 파는 곳이네요. 나의 향기가 나는 SNS는 참 어려운 것입니다.
아침에 혼자 프리라이팅을 하면서 머릿속 생각을 적어봅니다. 온라인 세상에 살면서 한 번은 생각해 볼 문제지요. 게시글을 쓰기 위한 피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피드, 그 자체가 다른 분에게 정보라면 좋겠다는 생각.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글을 쓰다 책을 읽다 순간을 남기곤 했었는데. 지금은 예쁘게 눈에 띄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 적당히 하기로 했습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서요. 첫 책이 나온 1살 아기 작가니까요. 제가 더 많은 글을 쓰고 읽힌다면 이런 고민은 조금 덜 하겠지요.
현재 저를 아는 사람도 있지만 매일 처음 저를 보는 사람도 있기에. 일상에서 글을 쓰는 엄마 작가, 글쓰기, 책 읽기, 배우기 등을 좋아하는 40살 아줌마. 이게 저거든요. 그래도 수치로 보이니까 조금은 신경 써 볼게요. 오늘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글을 쓰면서 오늘은 무슨 피드 올리나 생각하고 있네요. 적당하게 잘 사용하면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시작하고 나면 무서운 SNS입니다. 비교와 경쟁을 피할 수 없기에..
이런 고민을 하는 제 인스타그램이 궁금하시면 구경오세요!!
https://www.instagram.com/oys_lov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