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오늘은 꼭 하루를 제대로 보내자 생각했다. 제대로 보내는 것이 뭘까?
요즘 집에서 책은 보지만 누워있고 각종 ott나 티브이를 자주 보기에 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함께 글을 쓰는 분들께 오늘은 카페에 가서 나의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어제 함께 쓰는 글벗이 이를 휴가로 표현했기에 오늘은 휴가를 다녀오리라 했는데..
내가 글을 쓰는 자리는 우리 집 거실 내 책상이다. 말만 하고 안 갔냐고? 아니다. 스타벅스에 갔었다.
아무리 봐도 마시고 싶은 음료가 없었다. 보고 또 보고, 날이 후덥지근 습해서 아메리카노를 아이스로 마실까? 처음 출발 할 때는 라떼나 다른 음료를 생각했지만 자리에 앉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우유가 들어간 제품들은 몇 번 속을 불편하게 한 경험이 떠 올랐다. 오늘 아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기에 한 잔 더 마시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지금 밀가루를 먹지 않는다. 케이크라도 먹으면, 들어온 김에 앉아서 달달한 케이크와 쓴 커피를 마셨겠지. 그래 그냥 가자. 내가 정말 먹고 싶은 날 다시 오자.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 걸어서 12~15분. 가방을 들고 나오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평소 같으면 왔으니 그냥 시켜놓고 마시지 않더라도 분위기라도 즐기자 생각하며 버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자리를 떨치고 나올 용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내가 많이 단단해졌다.
바로 앞 도서관에 들러 신청한 <퇴사 말고 강사>, 우리 지역의 책으로 선정된 <아버지의 해방일지>2권을 빌렸다. 도서관이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이상하게 오늘은 여기도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 오전의 짧은 외출을 마무리했다. 날은 덥지만 무언가 기분은 상쾌하다. 내가 싫고 좋고 판단을 뚜렷하게 해 본 날이 최근에 손에 꼽을 만큼이다.
선풍기 바람이 머릿결을 간지럽히고 열어둔 창문 밖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 긴다. 책상에서 나도 무엇인가 쓰려고 앉았다. 밀린 원고를 펼치는 것보다 오늘의 짧은 외출을 기록하기로 했다. 내가 글벗들에게 늘 말한다. 순간을 기록하라고.. 나중에 써야지 하면 늦다고.
글의 원고를 보고보고 또 보는데도 쓰지 못하고 고민하면서 쓸 수 있을까? 써야 해! 다짐하는 모습이 참 못났다. 나는 쓸 수 있다. 원고를 완성할 수 있다. 이제는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정해두었다. 계획대로 하나씩 쓰고 읽고 고치고 그 단순한 시간으로 빠지자!
잠시 공무원 공부를 하던 시기가 있다. 존경하던 강사님이(나만 안다. 온라인 수강생이라)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눕자 하니 가난이 군대같이 오리라!
한 번씩 잠도 깨우고 쓴소리도 남기셨다. 그때는 학원 사이트에서 지금은 유튜브 검색으로 본다. 공무원 준비하면서도, 글을 쓰는 지금도 최고의 동기부여 영상이다. 저 말씀처럼 나를 타이트하게 잡지 못 하고 원고를 눈앞에 두고도 딴짓하는 *난신적자는 오늘도 반성한다.
(*난신적자 궁금하면 유튜브에서 ‘전한길 난신적자’ 검색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