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한 지 4년 차 엄마작가다. 첫 책에서 말한 것처럼 안면경련으로 뇌신경 수술을 받을 예정으로 2019년 11월 30일 퇴사했다. 12월에는 아이들과 남편 없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직장생활에서 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했다.
1달에 1번 있는 월차는 집안일과 병원 진료만으로도 일하는 만큼 바쁘게 지나가기도 갔다. 다른 사람들처럼 꾸준하게 직장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과 살림, 육아를 병행한 나 나름의 휴가였다. 돈으로 힐링을 사려고 했는데 초등학생 남매들과 여행은 재미있으면서도 힘들었다. 기회가 되면 나 혼자 제주를 가보고 싶다.
대부분 사람들은 퇴사 전에 퇴사 후를 준비한다. 몇 년씩 준비하기도.. 나는 간단한 자기 계발은 했지만 계획이나 준비가 없었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면 다시 일을 할 생각이었다. 전 직장은 바빴기에 조금은 여유로운 곳을 찾아서 워킹맘을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항상 나는 꿈이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쓰다 보니 그냥 평범하게 회사 다니고 아이 키우는 것이 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고 소중한 나의 꿈. 모두가 원하는 평범한 삶도 쉽지가 않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대부분의 삶이 다 비슷할 것 같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계획대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돼서 눈에 보이는 증상이 바로 사라졌다. 진작에 할 걸 기쁨도 잠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비대면 세상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잠시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2023년 9월, 우리 주변에 있다. 과거처럼 긴 격리를 하거나 역학조사를 하지 않는 보통의 질병이 되었다. 코로나 전 세상과 너무도 달라졌다. 놀라운 세상의 변화를 경험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내가 직장으로 다시 출근하지 않는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코로나 상황에 집에 있었고, 사회 분위기도 재취업이 실질적으로 어려워졌다. 몇 년 만에 생긴 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 몰랐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삶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연한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묻어 둔 꿈을 끄집어내기로 했다. 글쓰기. 내가 글을 쓰는 첫 이유는 그냥 꿈을 이루고 싶었다. 나 혼자 가졌던 꿈, 작가. 그 꿈을 응원하는 사람은 남편이다. 지금도 엄마는 다시 어디라도 취업하라고 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엄마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못 마땅해한다. 사위 눈치도 보이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글을 쓴다고 있으니.. 하지만 어는 것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 1번 했으니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저 취미로의 글이다. 1년만 1년만 하면서 벌써 4년 차다.
책을 출간하고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다. 내가 그냥 멈춰 버렸다면 나는 또 시간을 낭비한 사람이고 ‘네가 그렇지. 뭐 하나 진득하게 못하지.’ 하는 날 선 반응을 받았을 것이다.
글을 그냥 쓰는 것과 보여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언제부턴가 내 글을 일고 위로를 받거나 공감을 했다는 독자를 만나면 나는 부끄러움이 한가득 차오르지만 마음이 벅차다.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 감정.
단순하게 돈벌이로 생각했다면 꾸준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만들어 내일 팔 수 있는 것이 아닌 걸 이제 안다. 노력과 시간이 성공에 비례하지 않는 것도.
글을 쓰는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1번쯤 해보고 싶었고, 그 일을 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이 일로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도 알고 싶었다. 중소기업의 관리팀에서 나와 글 쓰는 지금의 나는 모든 것이 다르다. 일과 관련해서 만나는 사람도, 내가 찾는 곳도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
사람은 익숙한 대로 행동하는 동물이다. 살아남기 위해 진화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욕망을 느끼는 것 같다. 그게 글쓰기였다. 조금 새로워지고 싶던 마음이 글을 쓰게 한다. 글은 생각을 문자로 옮기는 것이라 생각이 변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예전에 쓴 글에는 글쓰기로 용감해졌다고 쓴 것 같다. 나는 용기가 있는 사람일까?
*사진은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