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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Dec 22. 2023

7. 혹시 고수 좋아하세요? 싫어하세요?

우리나라는 만으로 마흔 살이 되면 건강보험에서 “생애최초”라는 말을 붙여 몇 가지 암검사를 포함한 기본 검진을 한다.


8월에 생일이 지난 나는 이제 2023년이 10일 남짓 남은 오늘 검사를 받았다. 남편이 10월에 할 때 함께 하면 좋았을 텐데..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미루다 급하게 검진을 받았다. 계획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전히 대문자 P성향으로 살고 있다.


병원에서 일반 검진은 가능해도 내시경이 어렵다는 답을 주어 병원 몇 곳에 전화를 돌려, 어느 분의 취소로 한 자리가 있지만 대장내시경은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직은 대장까지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나는 흔쾌히 예약을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내가 여성이라 걸리는 부분, 접수를 받으시던 간호사님은

”저희 병원 유방암 검사 여자 선생님이 안 계시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검사실에 여자 간호사 선생님 함께 계시지요? “

”네 , 그럼요. “

”제가 알기로 혁신 내 병원은 대부분 남자 선생님이 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사전에 미리 고지하시는 거지요?”

“네. 그래도 미리 안내드려요. 촬영 중 가슴을 만질 수도 있어서요.”


오전에 검사를 받다 예약 전화에서 안내를 하시던 선생님과 대화가 생각났다. 나는 처음 유방암 검사를 받았다. 주변에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검사 시 아프다고 얘기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아팠다. 그리고 만지는 게 아니라 기계에 밀어 넣다 보니, 내가 이 병원 직원이라면 병원에서 검진받기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유방암 검사를 하고 갑상선 초음파, 위 내시경으로 모든 검진이 끝났다. 위는 가끔 위염이 있어서 긴장했는데 깨끗하고 상태가 좋다고 했다. 갑상선에는 1cm 혹이 하나 있지만, 크기가 2cm 이상이라면 바로 검사를 하겠지만 크기나 모양으로 봐서 일반적으로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갑상선에 혹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6개월 후에 다시 확인하고 크기가 커지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 유방은 전문 판독을 받는다고 검사실에서 안내를 받았다. 검진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여자 선생님이 검사를 한다고도 하셨고.


아침 10시 반에 들어가서 12시 반이 조금 못 되어 병원에서 나왔다. 따로 처방약을 받지도 않았고, 피검사나 이런 류의 검사 결과는 당일에는 어려우니 이상이 있으면 전화로 연락이 오고, 이상이 없다면 결과지가 우편으로 발송된다. 9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내고 검진을 받았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물 한 모금 못 마셔서인지 배가 고팠다. 12시가 지났으니 점심은 먹을 시간이다. 날이 추워 집으로 바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오늘은 먹고 가자 생각했다.


병원에서 조금 내려와 쌀국숫집에 들어갔다. 키오스크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수를 추가했다. 보통 다른 곳에서 시킬 때는 고수가 1~2줄기 올려져 나와서 그러려니 했는데 여긴 기본을 시키면 고수가 아예 없이 나온다. 고수가 없어도 맛이 떨어지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오늘은 고수를 넣어서 먹고 싶었다.


접시에 담긴 고수는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아이들이랑 먹을 때가 많아서 고수를 넣지 않고 먹은 적이 더 많다. 방송에서 고수를 즐기는 사람과 못 먹는 사람들이 먹방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고수를 아예 먹지 않는다. “맛없어” 하는 표현이 더 강해서 의식을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고수가 들어간 따뜻한 쌀국수를 혼자서 한 그릇 다 먹었다. 나는 고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무조건 고수는 추가다!!


내시경 후에는 죽을 먹거나 무겁지 않게 먹어야 하는데 쌀로 만든 국수라는 핑계로 배부르게 먹고 지금은 속이 살짝 부대낀다. 저녁도 아이들과 먹었으니 오늘은 과식한 날이다. 냉장고에서 양배추 즙을 하나 꺼내 마신다. 내 핑크 빛 위를 위해서~


혹시 고수 좋아하세요? 싫어하세요?

오늘 먹은 쌀국수.

[나는 나를 알고 싶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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