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연서 Mar 28. 2021

돈가스는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돈가스 먹고 싶다 “ 아들의 한마디에 점심 메뉴는 돈가스가 되었다. 아이들 운동화를 사러 나왔다가 점심 외식을 했다. 시간상으로 점심을 먹어야 하기도 했다.

최대한 외출을 하지 않아야 하는 시기라 조심스럽기는 하다. 온라인 쇼핑을 하려다 많이 큰 아이들 사이즈가 애매해서 직접 사기로 했다. 나는 작년부터 아이들 작아진 운동화를 물려 신다 보니 최근에 사본적이 없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작아진 운동화도 내 발보다 커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왕돈가스 2개, 우동1개, 이월 세트(일식 돈가스 + 새우튀김)

한때는 메뉴 2개면 4 가족이 식사를 했다. 언제부턴가 1인 1 메뉴가 되었다. 각자 취향대로 주문을 한다. 왕돈가스는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 다른 곳에서 먹어 본 것보다 훨씬 컸다.

 

돈가스를 보니 어릴 때 생각이 난다. 동네 경양식, 양분식 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돈가스와 우동을 가끔 먹었다. 돈가스를 시키면 크림수프를 먼저 준다. 양배추 샐러드와 강낭콩, 후르츠 칵테일, 단무지와 깍두기를 넓은 접시에 담겨서 나왔다. 엄마가 잘라주면 나랑 동생은 하나씩 집어먹었다. 그러다 1인 1 메뉴를 시키고 각자 칼질을 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을 동생과 따라 했던 기억도 났다. 나도 어릴 때가 있었다. 잠시 추억에 잠겼다.

 

지금 나온 돈가스가 비슷하다. 강낭콩, 후르츠 칵테일이 없고 깍두기는 따로 주고 접시에는 양배추 샐러드, 피클과 단무지.. 단출한데 맛있다. 고기가 얇고 바삭하다. 소스를 다 끼얹어서 눅눅할까 생각했는데 바삭함이 느껴졌다. 기억 속 돈가스는 이것보다 도톰하고  소스가 더 자극적이었던 것 같다.

 

또 다른 기억 속 돈가스는 내가 결혼 전 어른이 되었을 때다. 집에 내려 간 날이다. 그날도 아빠가 술을 먹고 잔소리 후 먼저 잠이 들었다. 아빠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거나 쌓아둔 화를 풀거나 두 가지다. 나는 엄마에게 답답한데 우리도 맥주 한잔 마시자며 엄마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5층 건물의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엄마랑 같이 갔다.

우리 집은 통영이다. 동네에 있는 작은 호프집은 가기가 싫었다. 일부러 네이버에도 나오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밤에는 생맥주를 판다는 걸 알고 있었기도 했고 그냥 답답하던 마음을 밤바다라도 보면 엄마도 나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생맥주 1700, 돈가스를 시켰다. 생각해보니 저녁도 먹지 않았었다.

돈가스와 샐러드, 간단한 과일이 큰 접시에 나왔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했다. 엄마랑 단둘이 맥주를 마셔본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엄마는 술을 잘 못 마셔서 한 잔을 따라두고 이야기 친구를 해주었다. 엄마가 참 안쓰러웠던 20대 초반의 나는 이제 엄마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이 한산하다. 우리가 나올 때쯤 2 테이블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쇼핑몰의 푸드코트는 붐볐지만 개별 건물 식당들은 여유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2층 건물에서 식사하는 손님이 10명 남짓이다. 모두 우리 같은 가족이다. 테이블마다 왕돈가스가 있다. 돈가스로 즐겁게 외식을 하는 건 30년 전에 나나, 30년이 지난 오늘의 나나 같다.

딱 하나 변한 건 내 옆에는 아이들과 남편이 있고 중년을 바라보는 나다. 마음은 아직도 어린 나인데 말이다. 돈가스는 아이도 어른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메뉴 중 하나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토마토 어떻게 먹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