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비빔밥 좋아하세요? 저희 부부는 비빔밥을 좋아하는데 취향이 달라요.
남편은 어린 상추에 된장찌개와 고추장 살짝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이 맛있다고 해요. 시골에서 농사일로 바쁜 엄마가 아이들 점심으로 간단하게 준비했던 음식 중 하나예요. 가끔 시댁에 가면 아주버님도 상추 비빔밥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은 그 맛이 안 난다 해요.
두 형제의 어린 시절 추억의 맛. 서로 안 닮았다 하는데 주변에서 쌍둥이로 오해받는 두 남자예요. 남편이 상추를 사는 날이면 가끔 이야기하는데 공감을 못해요. 저는 그렇게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어린 상추를 듬뿍 넣고 밥은 조금만 넣어 상추 잎에 밥알이 몇 개씩 붙어 있는 정도로 비벼야 맛있다고 하는데. 제가 그 맛을 알려면 베란다 텃밭이라도 해야겠지요. 상추는 잎이 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어린잎이 쓰지도 않고 맛있다고 하니까요. 상추쌈을 먹어도 큰 것보다 작은 잎이 부드럽고 고소하니까 대강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저는 일반 비빔밥을 좋아해요. 밥을 야채에 비벼 먹는 대중적인 비빔밥이요. 남편은 또 보리밥은 안 먹어요. 보리가 꺼칠 거려서 싫다고 하는데 이해 안돼요. 야채를 듬뿍 넣어서 비벼 먹으면 보리밥도 맛있는데.. 싫다고 하니 억지로 먹이지 못해요. 저번에 시키면 먹겠지 하고 보리밥을 시켰더니 옆에서 라면을 끓여 먹네요. 이런 것 보면 남편도 편식을 해요. 자기는 다 잘 먹는다지만 아니에요.
통영은 명절에 항상 비빔밥을 먹어요.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에 통영 나물이라고 나오는 걸 봤어요. 바닷가라 그런지 비빔밥에 해초류가 들어가요. 명절에도 생선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바닷가 밥상. 비빔밥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통영식은 별로 안 좋아해요. 해산물을 안 좋아한다고 말해야 맞네요. 결혼하고 첫 명절에 시댁은 비빔밥이 없어서 신기했지요. 삼색 나물을 하는데 그냥 반찬의 개념이고 정해진 것이 없이 그때그때 3가지가 올라가요. 생선도 한 마리만 달랑 올려져 있어서 바닷가인 우리 집과는 참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작은 것 하나부터 다른 우리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20년 가까이 함께 웃고 울고 있어요. 돌아보면 남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를 사랑해주고 있네요. 나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변과 비교하면서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을 해서 힘들기도 했고요.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빅토르 위고-
메모해두고 항상 생각했어요. 늘 모든 것이 부족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늘 사랑받기를 원했지요. 받아도 사랑은 항상 부족했어요. 이런 마음의 감옥을 깨고 보니 세상은 달라졌어요.
나는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 확신이 드는 순간들이 왔어요.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훨씬 더 성장한 것 같아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돌아보면 엄마와 아빠도 그 시절 두 분의 방법으로 나를 사랑했다는 걸 알지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미성숙하던 내 안의 내가 자랐어요. 나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나는 남편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나보다 며칠은 더 오래 살 꺼라는 우리 남편. 8살 차이가 있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고맙다. 요즘은 조금 현실적으로 자기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해요. 그러면 옆에 아이들이 가는 건 순서 없대요 하고 웃어요. 저도 남편에게 자기는 독해서 나보다 오래 살 거야. 대신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우리 집 분위기도 좋아요. 내가 달라지면 모든 게 달라진다는 것을 또 알아요.
만약 남편이 떠나고 나 혼자 남으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많이 슬플 것 같아요. 남편 바람대로 나보다 더 오래 살길 바래요. 제가 참 이기적이지요?
잊고 있던 작가의 꿈.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 주고 있어서 항상 고마워요. 다정하지도 애교 있지도 않은 저. 그렇다고 미인도 아닌 평범한 저에게 눈 마주치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 남자. 표현을 해야 하는 걸 알지만 쑥스러워서 “나도” 하는 짧은 대답만 항상 해요.
딸아이랑 저녁에 잠자리 인사를 하면 아이가 항상 “나도. 잘 자요”라고만 말해서 한번 물어본 적이 있어요. 부끄러워서 사랑한다는 말이 안 나온다고. 이상한 것까지 닮아서 신기했어요. 그에 반해 아들은 아빠를 닮았는지 사랑해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학교를 갈 때도, 잠을 잘 때도. 엄마 사랑해요! 기분 좋은 이 말은 언제 들어도 행복하네요.
당신도 인생의 최고의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 행복을 위해서 지금부터는 나도 노력할게. 받고만 있던 부족한 내가 이제는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볼게! 여보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