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올해도 하고 싶다
나는 결혼 후 첫아이를 출산하고 전업주부로 지냈다. 맘 카페에서 만난 지인들과 베이킹 모임을 했었다. 주부인 우리들은 돌아가면서 각자의 집이 베이킹 스튜디오가 되곤 했다. 그중에서 특별히 빵이나 과자를 잘 만드는 언니가 있었다. 우리는 같은 빌라에 산다.
같은 빌라에 사는 언니네에서 모임을 하던 날. 겉모습은 우리 집이랑 똑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컨트리 한 인테리어로 아예 다른 집이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집이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프로방스 느낌도 나고. 친정 부모님이 사시던 집을 신혼집으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그 당시 12년 전에 언니는 sm7을 타고 남편은 외제차를 탔던 것 같다.
홈베이킹이 끝나면 점심을 먹는다. 그날의 주최자가 수업과 멤버들의 점심을 준비한다. 언니는 김치를 썰고 나서 그 김치 머리를 본인 앞접시에 두었는지 김치 접시 한쪽에 두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김치 꽁다리를 씹어 먹었다.
주변에 언니들은 있는 사람이 더 한다며 한 마디씩 하면서 웃는다. 언니도 웃으며 “내가 이래~ 아까워서..”라고 말하자 다른 이들은 “그냥 버려.. 그것까지 먹지 말고.” 했더니 언니는 “엄마가 고생해서 담가주신 거라 그냥 먹어.”
나중에 언니는 취미로 하던 베이킹을 업으로 시작했다. 베이킹 카페를 오픈하고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취미가 직업이 되는 걸 나는 기쁜 마음과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며칠 전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나도 모르게 김치 꽁다리를 가위로 쫑쫑 자르고 있었다. 남편은 그냥 먹어도 된다 했다. 그래도 나는 그동안 항상 버려왔던 부분이다. 이게 뭐지? 잊고 있던 옆집 언니 생각이 났다. 지금은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가겠지. 내가 서산에서 대전으로 이사하면서 소식이 완전히 끊어졌으니 말이다.
지난겨울 나는 엄마를 도와 두 번째 김장을 해봤다. 처음은 결혼하자마자 시댁에서 멋모르고 한번 해보고. 나의 김장 역사는 짧다. 손이 서툰 나지만 엄마는 잘한다며 칭찬을 해준다. 내 의견을 많이 인정해서 양념을 만들었다. 엄마는 일을 시킬 줄 아는 사람이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 나는 김치나 가져오지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김장에 집중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텃밭에서 기른 무와 배추, 고춧가루 등 두 분이 직접 기르신 재료들로 나와 남편, 부모님 이렇게 4명이 김장을 한다. 항상 만들어 주실 때는 몰랐다. 엄마 혼자 하기에는 많은 양이다. 조금만 한다 해도 김치냉장고 하나를 가득 채울 양,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엄마는 기본으로 조금 하고 부족하면 사 먹자 주의라 다른 집들처럼 많이 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냥 사 먹자 하면서도 주시는 김치를 매번 받아서 먹어왔다. 다른 반찬들도 마찬가지로 괜찮다 하면서도 주시면 거절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김장을 하고 나니 배추김치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김치 한 줄 기도 소중하다. 꽁지를 스스럼없이 버리던 내가 아주 조금만 잘라서 버렸다. 그러다 오늘은 그 꽁지를 찌개에 썰어 넣기까지.. 우습다.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다.
나도 그동안 김치를 사 먹을 때는 별 대수롭지 않았던 꽁지 부분도 귀하게 다가왔다. 분명 돈을 주고 샀지만 귀한 줄을 몰랐다. 먹을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 당연히 쓰레기라 생각했다.
겨울에 직접 한 김장이 크게 다가왔다. 남들은 매년 하는 김장 이제는 지겹다. 안 하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당분간은 김장을 계속하고 싶다. 텃밭에 야채를 기르는 부모님, 나와 함께 김장을 하는 부모님..
김치에 나와 부모님의 시간이 담겨 있어 귀하게 느껴진다. 언제나 항상 함께 할 것 같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안다. 조금씩 아껴 먹어도 줄어드는 김치통의 김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