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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Mar 15. 2022

집에 있는 워킹맘입니다.

엄마는 출간 준비 중


회사를 퇴사한 지 2년이 지났다. 수술을 위해 퇴사하는 그 당시만 해도 이렇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회복만 되면 다시 출근하는 평범함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시작되고 나의 삶도 달라졌다. 여유가 넘치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취직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다.


시작은 언제나 단순하다. 우리는 선택을 할 때 수없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 않다. 내가 봤을 때, 무언가 큰일이 선택을 쉽게 만든다. 고민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을 일도 큰 사건이 다가오면 쉽게 결정을 한다. 보통 사람들은 터닝포인트라고 한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터닝포인트가 있다. 나와 남편은 아프고 난 이후로 결정이 쉬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 아플 때 각자의 꿈을 지지했다. 남편이 아프고 나서 퇴사를 하고 싶어 할 때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작가라는 이름의 반백수로 살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이름만 작가이고 주변에는 그저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주변에서는 “다 큰 애들인데 집에서 뭐하냐?”라고 묻는다. “아직은 그냥 집에 있어요. 이사온지 얼마 안돼서요.”하고 이야기했는데.. 이 집으로 이사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아이들은 저마다 친구를 사귀고 남편은 더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나대로 책과 노트북과 씨름을 하고.. 하지만 한 가지 채워지지 않는다. 결과물이 없다. 움직이고 있는데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아는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를 원망하고 혼자 초조해했다. 그렇게 나는 더 글쓰기에 집중했다. 글쓰기는 어떤 날은 손을 움직여 빨리 쓰지만 어느 날은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의 펼치다 하루가 다 간다. 시간이 걸렸지만 움직인 나에게 출간 계약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그간의 것들이 모두 보상되는 것 같았다. 또 열심히 글을 쓰고 고친다. 욕심만으로는 할 수 없다. 실제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목이 아프고 눈이 침침하고 손가락도 아프다. 손가락이 아파서 몇 번이나 정형외과를 갔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저 손쓰는 일을 줄이라는 말뿐이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다.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다. 내 생각이 들어가는 글이라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 말로 녹음해서 적거나 타인이 적을 수 있지만 순간순간 드는 생각을 나 외에는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집에 있는 워킹맘인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지인들과 sns 를 하다가. 중간중간 휴식을 취했지만 결국은 손을 움직여 키보드를 칠 뿐이다. 내일부터 2일간은 프로젝트 작가님들과 개인 미팅이 있다. 미팅을 생각하면서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그분들의 sns를 찾아본다. 무엇인가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하는 기분이 느껴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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