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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민 Dec 01. 2022

담박한 삶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손웅정을 읽고

미니멀리즘에 비슷한 내용의 구절이 많아서 찾아보게 된 책이다. 나는 축구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손웅정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잘 몰랐는데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였다. 그 월드클래스의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가 쓴 책이라니, 손흥민선수가 대단하고 엄청난 선수라는건 여러매체에서 잠깐 본 기억밖에 없는데 그 손흥민선수가 있기까지의 시간들을 엿볼수 있었다. 나의 막연한 편견이 부끄러워지는 책이었다. 집이 잘 살아서 지원을 엄청 해줘서 저렇게 된 것이겠지, 역시 될놈될이겠지하며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겠지, 그래서 저렇게 유명해지고 월드클래스가 된거겠지 했다.


사실 나는 축구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다. 축구가 엄청나구나 했던 건, 초등학교4학년 때 2002 월드컵때였다. 모두가 빨간 붉은악마티를 입고다니고 경기를 보기위해서 종합운동장에서 관전을하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티비앞에서 응원을 하고 골을 넣을때마다, 집집마다 이길때마다 환호와 소리를 질러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었던 그 2002 월드컵. 그때의 나는 혼자 숨죽여 울고 있었다. 나는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그런 축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밖에서 환호와 함성소리가 울려퍼질 때 부모님은 언성을 높여 싸우고 모두가 하나되어 기뻐하고 신나있을 때 우리가족은 뿔뿔히 홀로 각자의 어두운 방에서 적막하고 적적하고 씁쓸함을 삼키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어두운 방에 혼자 웅크려 울고 있는데 밖에서 기쁜 함성소리가 들릴때마다, 응원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의 상황과 너무나도 다른 이 상황에 괴리감을 느끼고 내 안의 어두움과 슬픔은 대비되는 상황만큼이나 깊어져 갔다.다른 친구들의 가족들은 가족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나는 그러지 못한게 너무 슬펐고, 남들 다 있는 붉은악마티를 나는 월드컵이 거의 끝나가서야 한번 입을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다음날은 축구에 대해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이야기할 때 나는 참여할 수 없었고 그저 내 슬픔을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척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나의 축구에 대한 기억이다.


단순히 미니멀리즘과 비슷한 책이겠거니 읽었던 책이, 나의 편견에 대한 반성과 삶에 대한 겸허함까지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한 사람의 삶을 또 한번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손흥민 선수가 있기까지 수많은 그림자들을 볼 수 있었다. 척박하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려움과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어떤 유혹도 타협도 뿌리치고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으로 축구를 다했던 손웅정과 그의 아들 손흥민. 내가 감히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해도 되는 것인지 머뭇거려졌다. 단순히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삶에 대한 태도와 한 사람의 삶이 녹아져 있는 이야기다. 나에게 축구에 대한 의미가 다른이에게는 인생의 전부였던 인생의 철학이 녹아있는 의미가 될 수 있구나, 다른 시각에서 다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 책이었다.


손흥민은 괜히 월드클래스가 아니었다. 그리고 될놈될이 아니었다. 월드클래스가 되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말할 수 없는 힘듬과 매 순간 불안감과 두려움, 타국에서의 외로움 등등 수많은 감정들과 싸우며 그리고 엄청난 훈련과 매사 고민하고 진심을 다했던 손웅정과 그걸 묵묵히 따른 손흥민. 책을 읽으면서 이 상황에 나였으면 진작 포기할 것 같고, 낙담하고 낙심했을 것 같은데 축구경기만큼이나 치열한 내적싸움을 하며 견디고 버티고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모습들을 보며 정말 존경스러웠다.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손웅정작가의 삶의 추구하는 가치관, 담박하게 살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양과 매우 밀접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내고 살아가기 위해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아직 담박하게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적당히 타협하며 내적갈등에서 무너지고 단단해지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나를 자책하지는 말아야지.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지금은 서투르고 연약해도 강해질거라 믿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좋은 글도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살아가는데 지치고 고독하고 외로울 때 나침반이 되어줄 책이 될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삶에 힘을 더욱 실어주는 책, 잠깐 길을 잃더라도 다시금 이책을 꺼내 줄친 것을 보며 다시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할 책인 것 같다. 인생의 정수가 무엇인지 보여준 책, 참 좋은 책을 알게되어서 행복하다. 다행이다. 한 사람의 삶,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삶. 나에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좋지 않은데 바람직하고 지혜로운 아버지도 있구나, 대부분의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이렇겠구나,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다른 시각도 바라 볼 수 있게 된 책이었다. 아직 결혼도 자녀계획도 없지만 부모가 된다면 성숙하고 지혜롭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지, 이 아버지처럼 노력해야지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을 아버지삼아 읽어도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참 속깊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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