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수민 Dec 04. 2022

혼자있으면 같이 있고싶고, 같이있으면 혼자 있고싶어

센서티브-일자샌드를 읽고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다. 그렇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사람이고, 태어나기를 기질적으로 민감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나의 민감함은 세심함으로, 공감력이 뛰어남으로 남을 편하게 해주는데 특출이 나지만 그것이 살아감에 있어서는 예민하고 유난이고 별나다라는 색이 주로 입혀졌다. 많은 사람들 속보다 소수의 사람들 속에, 소수의 사람들 속보다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하고 풍요로워지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얼마나 사람들이 알까.


일자샌드의 센서티브를 읽고, 나는 정말 센서티브한 사람이구나, 내가 어떤점이 부족하고 잘못된게 아니구나 나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책의 한 부분에 "혼자가 편한 삶"이라는 제목의 내용이 공감이 되었다.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 중에는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일상생활 속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평안함과 고요함을 누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런 삶을 선택하면 때때로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해결하기 힘든 딜레마에 빠진다"


나는 아직 혼자산다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일상을 살아가며 평안함과 고요함을 누리면서 지내는게 얼마나 나를 흡족하게 하는지, 그렇지만 때때로 밀려오는 외로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책에 써놓은 것처럼 딜레마에 곧잘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외로움의 시간을 견디고 버티고, 혼자인 시간을 충분히 지내고 고민하다가 나온 결론은 외로움은 감정이고 순간이고 흘러간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계절처럼, 계속해서 밀려오고 썰려내려가는 파도처럼, 해가 뜨고 지면 달이 뜨고 지듯, 잠시 내 곁에 있다가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감정이라는 걸, 외로움으로 춥고 아픈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 이 책에서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런 벅찬 것들을 잘 정리해주었다. 나를 거울로 비춰주는 책이랄까.


"나는 자신을 재정비하는 이 시간을 '무위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당신에게는 이 시간은 반드시 유쾌한 시간이 아닐 수도 있고, 빨리 흘려보내고 싶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그 시간이 긍정저긴 영향을 주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들보다 예민한 신경 시스템은 종종 우리가 즐기고 있던 것을 떠나 자기만의 세계로 침잠할 것을 강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들보다 더 큰 기쁨을 경험하게 한다. 훌륭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음악이나 새소리를 듣거나, 꽃향기를 맡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유쾌한 인풋들은 모두 큰 즐거움을 준다. 그런 인풋은 자아 깊은 곳으로 들어가 우리를 기쁨으로 가득 채운다"


봄이 되면 마른 나무가지에 초록색의 아주 작은 잎이 자라는 걸 보고 감탄하게 되고, 여름이 되면 푸르른 하늘과 풀잎에 비춰친 햇빛에 감동을 받고, 가을이 되면 색이 바래지는 나뭇잎들과 서늘한 가을 바람과 겨울이 되면 차가운 공기와 하얀 눈과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얼마나 나의 삶에 따뜻함을 주는지, 마음을 움직이는지, 행복한지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그 감정들과 느낌들을 늘 가지며 살아간다.


"융(carl Gustav Jung)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물질적인 세계보다 내면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들이 자신의 내면 세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내면세계에서도 관심이 있음을 의미한다. 당신이 내향적이면서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피상적이고 물질적인 주제의 대화를 지루하게 느낄 것이다. 잡감은 피곤해하지만, 깊은 차원의 대화, 특히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한 일대일이나 소그룹의 대화는 즐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모임보다는 부담이 적은 소모임을 선택할 것이다"


이 책 제3장에 타인보다 느린 삶은 내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장이었다. 나도 내 자신이 남들보다 좀 느리고 다르다고 무의식으로 느끼고 있었고, 그저 느린 내 시간이 싫지 않고 내 시간대로 살아가는게 이제는 좋아질 때 이 책을 만난건 다행인걸까. 이 3장에서는 민감한 성향이 자기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평소에 느끼는 상실감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의 이런 민감함과 나의 성격적 특성인 내향성이 만나 직장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은 굉장히 버겁고, 그렇기에 동고동락하며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혼자있는 시간을 가지고 회복하려 하는 나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는 민감한 사람을 위해 행복하고 풍요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활동목록을 소개하고 있는데 평소에도 내가 하는 것들이 정말 많아서 놀라웠다. 내가 잘못되지 않았고 단지 민감하게 태어났을 뿐이라는걸.


- 자연을 즐기는 시간

- 창조적인 일에 몰두하는 시간

- 조용히 앉아서 사색하는 시간

- 몸에 유익한 활동을 하는 시간

  : 달리기, 춤추기, 마사지, 수영, 목욕이나 족욕

- 감각을 즐겁게 하는 시간

  : 아름답고, 좋아하는 향을 지닌 꽃을 산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주변에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물건을 둔다.

- 동물들과 보내는 시간

- 일기나 시 책을 쓰는 시간

-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만드는 시간

- 사람들과 의미 있고 깊은 관계를 맺는 시간


나는 예전부터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그런 시간이 나에게 필수적이고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게 하는 힘을 불어넣는 다는 것.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민감 자가테스트가 있는데 -52점에서 140점까지 있는데 60점 이상이면 매우 민감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나의 점수는 79점이 나왔다.

늘 그렇듯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어.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내삶의 답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