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결국 심리니까
가격 전략에서 최저가만이 답은 아니다. 고객에게 "어떤 명분"을 주느냐에 따라 적정 할인가로도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지금까지 2가지 명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매 연관성 분석 활용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파악하여 구매 명분 제공"
▶멤버십 활용 "이곳에서 사야 할 명분 제공"
그렇다면 얼마 정도가 적정 가격일까. 고객이 용인가능한 가격의 범위가 있을까. 가격도 결국 심리다. 행동 경제학 용어인 "앵커링 효과"가 이를 증명한다.
※앵커링 효과
배가 어느 지점에서 닻을 내리면 움직이지 못하듯, 인간의 사고와 판단도 처음에 제시된 어떤 정보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정박 효과, 닻 내림 효과로도 불린다.
간단히 말하면 처음 본 숫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앵커링 효과 실험
A그룹에는 1×2×3×4×5×6×7×8(오름차순 곱하기 문제)의 값을,
B그룹에는 8×7×6×5×4×3×2×1(내림차순 곱하기 문제)의 값을 주고 평균값을 예상하게 했다.
A그룹이 추측한 평균값은 512, B그룹이 추측한 평균값은 2250. 무려 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앵커링 효과는 마트에서도 흔히 활용된다. 할인가격만 보여줬을 때보다 정상가격과 할인가격을 함께 보여줬을 때 할인을 더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선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정보가 풍부한 상태에서 여러 플랫폼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케터가 머리를 쓰는 동안 고객도 똑똑해졌다. 할인이 많이 들어가면 성분을 보고, 리뷰를 보고(리뷰도 돈 받고 작성된 것 같은 건 거른다), 용량의 차이가 있는지, 상품 퀄리티 차이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50% 할인에도, 99% 할인에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실제 가격을 확인했을 때 진짜 할인된 가격이 아닌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더욱 높은 할인율, 최저가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전략은 비용만 지출하고 효과는 없는, 비용 효율적으로 낮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고객이 용인할만한 가격,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여러 가격 전략 이론들을 찾아봤으나 사실 와닿는 내용이 없었다. 이미 고객도 인지하고 있는 전략들도 많아 이것들이 효과적일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좀 더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참고한 곳은 중고마켓이다.
왜 중고마켓인가
고객이 직접 가격을 선정하고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고마켓이다. 가격 선정도 결국 심리다. 가격에 대한 고객 심리를 이만큼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어떤 가격 이론보다도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러 중고 플랫폼 중 번개장터를 선정했다. 또한 네이버 쇼핑검색을 통해 여러 플랫폼 가격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기에 같이 참고했다. 네이버 쇼핑검색 결과가 100% 완벽하진 않지만 중고와 새 상품 거래 가격을 함께 비교하여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다.
상품은 크게 3가지로 나눠 확인했다. 고가 상품과 저가 상품 그리고 식품/생활용품 카테고리 상품이다. 식품/생활용품을 별도로 뺀 것은 일반적인 상품과 다르게 가격 범위보다 전략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트렌비]
트렌비에서 중고 가격이 어느 정도로 형성되어 있는지 확인했을 때 위탁판매 기준 380만 원~456만 원 사이였다.
[번개장터]
미개봉 여부, 풀박스 제공 여부, 구매 시점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 미개봉, 새 제품을 제외하고 23년도 구매 기준으로 판매 완료된 가격대를 확인했을 때 360~380만 원 사이였다. (판매 중인 상품은 360만 원~400만 원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380만 원 기준 ±5%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판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네이버 쇼핑검색]
500~550만 원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건 인기순 필터를 적용했을 때 순위가 바뀐다는 점이다. 최저가인 5,039,840원보다 약 20만 원 높은 가격이 2위를 차지한다. "인기순"은 상품 클릭 등의 정보가 반영된 기준이다. 물론 상품 업데이트 시기에 따라 클릭 수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혜택 차이다. 머스트잇에선 신용카드 4개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고가일수록 가격 부담이 있고 무이자 기간이 클릭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발란, 머스트잇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제공하는 카드 제휴 혜택이 비슷하다.(무이자 개월 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트잇이 인기순위가 상승했다면 쇼핑검색 상품명 하단에 노출되는 카드 무이자 혜택이 클릭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최저가인 5,039,840원과 비교했을 때 (인기순 TOP5 가격대는) 대략 +3~4% 선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번개장터에서도 판매되는 가격은 트렌비 기준 대략 5% 내외였다. 고가의 경우 어떤 추가적인 혜택이 붙냐에 따라 고객 용인가능한 가격대는 최저가의 5% 이내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네이버 쇼핑검색, 번개장터 모두 금액으로 치면 약 20만 원 차이다.)
※네이버 쇼핑검색은 종종 클릭했을 때 다른 상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모두 동일상품임을 확인했다.
※판매 상황에 따라 상품 가격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이 글을 읽는 시점 기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고가냐 저가냐에 따라 용인가능한 가격대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하여 10~20만 원대 상품을 추가로 확인했다. 해당 상품은 트렌비 중고거래 가격을 알 수 없어 트렌비 가격은 제외하고 번개장터, 네이버 쇼핑검색 가격만 확인했다.
[번개장터]
펜던트만 팔거나 더스트백, 종이팩 없이 목걸이만 팔거나 변색이 있는 경우 10만 원 이내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그 외에는 13~18만 원 사이의 가격이다. 13만 원을 최저가로 본다면 +15~38% 범위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액으로 치면 5만 원 이내다.)
[네이버 쇼핑검색]
23~28만 원 사이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아래 표에서 빨간색 박스 부분이다. 비비안웨스트우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네이버 쇼핑페이지 가격이다. 28만 원으로 최저가 23만 원대에 비해 약 5만 원 더 비싸다. 그럼에도 인기순 기준 1순위임을 알 수 있다. 원인은 대략 3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1) 네이버 쇼핑검색에서 클릭하여 각 플랫폼에 들어갔을 때 노출되는 가격이 네이버 쇼핑검색 결과에서 제시된 가격과 다른 경우가 있다.
2) 제휴된 카드가 없다면 최대 할인가로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3) 비비안웨스트우드 공식 페이지라는 점(신뢰도↑), 그리고 빠른 배송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비비안웨스트우드 공식페이지 가격을 제외하고 보았을 때 최저가(230,860원) 기준 +15%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비비안웨스트우드 최대 할인가(272,000원)는 최저가 기준 +18%다. 이 또한 혜택에 따라 최저가보다 +15~18%까지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번개장터, 네이버 쇼핑검색 둘 다 공통적으로 최저가에서 대략 5만 원 이내로 범위가 잡힌다.
※네이버 쇼핑검색은 종종 클릭했을 때 다른 상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모두 동일상품임을 확인했다.
※판매 상황에 따라 상품 가격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이 글을 읽는 시점 기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가격 민감도도 고려해야 하는 품목, 식품/생활용품
이제 식품/생활용품 쪽을 살펴보려 한다.
23년도에 가격 전략 관련 강의를 들었을 때 유통 쪽에서 일부 품목에 대해 주기적으로 경쟁사 가격을 파악하여 가격 관리를 한다고 했다. 라면, 우유, 과자, 콜라, 세제, 휴지와 같이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그래서 식품이나 생활용품은 가격만큼 전략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라면이나 우유는 쿠팡, 롯데마트, 이마트 주요 플랫폼에선 최저가를 유지한다.
그러나 구강청결제인 리스테린을 비교해 보면 쿠팡보다 컬리가 더 싸다. 750ml 2개에 컬리는 11,900원, 쿠팡은 12,500원이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쿠팡에서 상품을 사던 사람들이 컬리에서 구매할까?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상품별 가격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샴푸와 같은 다른 상품들을 여러 개 비교해 보았을 때 식품이든 생활용품이든 가격은 대략 5% 범주 안에 있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1500원 이내다.
식품/생활용품 카테고리는 민감도가 높은 만큼 금액으로 따졌을 때 다른 카테고리보다 가격 범주가 타이트한 편이었다. 그래서 용량을 다르게 한다던가, 수량을 다르게 하는 등 추가적인 전략이 뒤따른다.
왜 최저가가 아니어도 괜찮은 걸까
지금까지 고가/저가 상품과 식품/생활용품 각각의 가격 범주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고객이 용인가능한 가격의 범주가 각각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왜"이다. 고객이 왜 용인하냐는 거다. 여기엔 부가적인 혜택이 영향을 미친다.
1) 할인 혜택(멤버십, 첫구매, 적립 등)
2) 카드 제휴(무이자 기간, 할인/적립율)
3) 브랜드력(2~3만 원대 선글라스가 있지만, 그 10배 이상 가격을 지불하며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산다.)
최저가가 아니어도 가격 범주에 맞춰 적당한 할인율과 부가적인 혜택을 잘 조합하기만 해도 고객 스스로 "구매 명분"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최저가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을 통해 다른 방법도 있음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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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부가적인 혜택 내용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글을 소개한다.
※ 당신의 멤버십은 안녕하십니까 링크
※ 오래 살아남는 쇼핑몰의 상품 가격 결정 방법(기본적인 가격 선정 방식)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