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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mi May 30. 2024

[비용효율적 마케팅] 잘 팔리는 상품의 함정

당장의 이익을 볼 것인가, LTV를 고려할 것인가

연말이 되면 우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투자를 받기 위한 IR 자료를 업데이트해야 했기 때문이다. 온갖 데이터를 추출하고 정리하고... 다시 추출하고 정리하고의 반복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스트레스인 건 "왜"의 홍수 속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 수치가 왜 떨어졌는지, 왜 올랐는지 끊임없이 근거를 대야 한다. 지표 중에 특히 집중포화를 받는 것이 LTV다. 간단히 말해서 돈 많이 쓰는 사람이 많냐는 거다.


※LTV(고객 생애 가치)

LTV는 Lifetime Value(고객 생애가치)의 약자로 고객이 평생 우리 서비스에 얼마큼을 지불할 것인가를 측정하는 지표. LTV를 통해 고객 한 명으로부터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을 파악할 수 있다.


LTV 왜 떨어졌을까?


그 해는 유독 LTV 데이터로 씨름을 했다. 기존에 작성하던 LTV 기준을 새로 정립하고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는 "왜 고객당 평균 LTV가 떨어졌나요?"였다. 특정 월에 비규칙적으로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객당 평균 LTV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개 방향성을 잡고 그에 맞춰 데이터를 여기저기 쪼개는 작업을 진행했다.


[방향]

1.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달 구매고객의 LTV는 낮을 것이다.  

2. 여름 시즌에 다른 달보다 평균 LTV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1번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달 기준 기존 고객과 첫구매 고객을 나눠 구매 리텐션과 고객당 평균 LTV을 비교했다. 3개월, 6개월로 각각 나눠 보았다.


2번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여름 피크 달 기준 카테고리별로 나눠 구매 고객의 리텐션과 고객당 평균 LTV를 확인했다. 카테고리는 시즌 관계없이 상시 잘 팔리는 카테고리(예: 스니커즈)와 여름 시즌에만 잘 팔리는 카테고리(예: 샌들, 티셔츠)로 나누었다. 또한 더 쪼개서 여름 시즌 카테고리의 경우, 고가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를 나눠 확인했다. 샌들을 예로 들면 발렌티노 샌들(약 70만 원 이상), 우포스 샌들(10만 원 이내)을 구매하는 고객의 특징은 확연히 다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브랜드 구매고객의 리텐션과 고객당 평균 LTV를 스니커즈 구매고객 결과와 비교해 보니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10만 원 이내 샌들을 구매한 고객의 리텐션은 스니커즈 고객 리텐션의 3분이 1도 안 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고객당 평균 LTV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의 이익을 볼 것인가, LTV를 고려할 것인가


이런 결과가 나오니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위에서 예로 든 우포스 샌들로 이야기해 보자면 우포스 샌들은 10만 원 이하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시즌이 되면 매출 기준 30위권 안에 들었다. (참고로 우포스 샌들보다 가격대가 높은 헌터 레인부츠도 30위권 밖이었다.) 이러다 보니 MD도 저가 상품이지만 이 상품을 무시할 수 없었고 마케팅에서도 배너 이미지에 우포스를 빼놓을 수 없었다. 발렌티노 샌들보다 유입 지표도 ROAS 지표도 높았기 때문이다. 광소 소재 효율만 따지고 봤을 때 이 상품을 더 밀 수밖에 없었다. 배너 광고뿐 아니라 검색 광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런 선택이 정말 효율적이었을까?


※임의로 작성된 수치입니다.


"고효율의 결과"로 봤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발렌티노 샌들 소재보다 우포스 샌들 효율이 모든 지표에서 월등히 높으니 말이다. 그러나 LTV 측면, 즉 "효과성"으로 본다면 그저 돈을 지출한 거나 다를 바 없다. 100만 원 주고 한 번 구매하고 이탈할 고객을 32명 데려온 것이니 말이다.


전략이 필요하다


효과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업은 결국 투자를 받아야 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그 플랫폼에 돈을 많이 쓰는, 자주 구매하는 고객이 많은 지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마케팅 비용을 보수적으로 쓰는 기업이 늘 것이기에 단순히 지표 결과만을 보는 것이 아닌 효과성을 고려해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숫자"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효과성을 함께 고려하여 결과를 내야 성과로써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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