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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준 Oct 06. 2022

'조용한 퇴사' 이대로 괜찮을까요?

조용한 퇴사는 유행하는 사회적 현상이 아니다

'조용한 퇴사'라는 말은 왜 유행하고 있는가?



최근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이라는 용어가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2년 7월 미국 뉴욕의 20대 엔지니어가 틱톡에 올린 'Quiet quitting'이라는 영상이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어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있다.

'나도 Quiet quitting을 실행중이다' '더이상 일이 나의 삶일 수 없다' 등의 공감하는 댓글과 동참하는 의사를 얻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Quiet quitting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논쟁되고 있다.


Quiet quitting은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보다는 '일에 자신의 열정을 투자하는 마음을 그만두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러한 현상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틱톡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유행을 얻었을 뿐, 이런 인식에 대한 변화는 지속적으로 예고되어 왔다. '90년생이온다' '워라밸' '소확행' 'N잡러' '평생직장 아닌 평생직업' 등의 다양한 용어로 변화하며 강조되었을 뿐이다. 


'조용한 퇴사' 진짜 조용히 진행될까?


'조용한 퇴사'가 긍정적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일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정해진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조용한 퇴사'가 조용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일에 열정을 가지고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 일이 진행되지 않게 막힘이 되었던 경험 말이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해?"
"이미 다 해봤어"
"적당히 하자"
"그 일은 제 일이 아니니,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세요"


'조용한 퇴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일, 그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정해진 일 외에 일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누군가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다른 사람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조용한 퇴사'는 다른 사람의 열정적을 저하시킨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용한 퇴사'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공동의 목표를 함께 추구해가는 것은 어려워진다. 

피터드러커가 이야기 했던 '지식근로자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다'는 의미의 개인 성과자로서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성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왜 '조용한 퇴사'를 선택할까?

사람들이 '조용한 퇴사'를 선택하는 것은 일은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일을 통한 성취감이나 성과를 내고 싶지 않아서도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할 것이다. 

다만, 열심히 노력한만큼의 인정이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이 열정을 빼앗은 것이다.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 상태에서 조직이 나를 착취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불안감이 '합리적 선택'을 해야한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어짜피 주어진 일 이상 열정을 가져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말이다. '얼마나 열정적이냐?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조용한 퇴사'로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조직이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이러한 마음은 극대화 된다. 조직에서 나를 보호해주는 울타리로서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심리적 안정감은 훼손된다. 심리적 안정감이 훼손되면 구성원은 불안감에 휩쌓인다. 불안감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펼치게 된다. 이 방어막은 두가지 모습을 주로 나타난다. 


1.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일하거나,
2. 포장조차 포기하고 조용히 지내는 것


이것이 '조용한 퇴사'의 본질적인 의미이다.


조직과 리더는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조용한 퇴사'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현상과 구성원의 욕구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런식으로 일해요?'라고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의욕이 생길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무너뜨리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사소한 인정의 부재일 수도 있고, 팀에서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느껴서 일수도 있다. 자율성이 빼앗기거나 조직에서 쉽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서 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과 리더가 구성원의 심리적인 상태와 욕구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회적 현상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MZ세대의 문제로 치부하면 안된다. 생각보다 작은 관심으로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사소한 인정이 구성원의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만들어 몰입하게 할 수도 있다. 성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고 질문을 던져 주는 것만으로도 조직이 개인에게 갖는 기대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것들이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한다. 

거대한 조직문화의 변화나 제도를 도입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조직과 리더십이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과 몰입을 이끌고 있는지 정확하게 피드백해야 한다. 


'조용한 퇴사'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단지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아닌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과제이다. 때문에 조직과 리더는 다음과 같은 선택지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했으면 좋겠다.


[선택1] MZ세대의 인식의 차이에 답답한 마음과 불만을 토로한다
[선택2]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열정적인 구성원들과만 일한다
[선택3]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장애요소와 리더십 행동에 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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