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구설에 오르내릴 까봐 매우 걱정했었다
남편과 처음 결혼식을 의논할 때부터 나는 스몰 웨딩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엄마와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은 지인을 많이 불러 큰 웨딩을 하고 싶어 했다.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고 나는 내 의견을 굽혔다.
나르시시스트인 엄마 언니와 절연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나는 다시 스몰웨딩을 하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결혼식에 엄마 언니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그 당시 내가 원했던대로 스몰웨딩을 했다면 덜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스몰웨딩을 했다고 해서 엄마 언니를 결혼식에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덜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시어머니는 엄마 언니가 오지 않더라도 큰 웨딩을 하기를 바라셨다. 남편도 내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스몰웨딩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빠는 내가 스몰웨딩을 한다고 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지만, 남편을 포함한 남편 가족들은 모두 지인들을 불러 크게 결혼식을 하기를 바랐다.
나는 원래 남편과 계획했던 대로 손님이 많이 오는 큰 예식을 하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엄마와 언니를 부르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식은 남편과 시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 언니와 절연을 결심한 이후, 결혼식 전까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돼서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혼 전 엄마나 언니가 내 결혼을 망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다.
자다가 깨서, 남편에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된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남편에게 엄마 언니가 결혼식에 난입하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내가 걱정할 때마다, 잘 될 거라고 나를 달랬다.
하지만 결혼식 전 청첩장을 돌리고, 이런저런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을 지나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엄마 언니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었다.
나와 남편은 그냥 빨리 이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 전 아빠와 시부모님은 엄마 자리에 다른 친척을 앉힐 건지 조심스럽게 우리 부부에게 물어봤다.
우리 부부는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엄마 대신 대타로 누구를 앉힌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양가 부모님들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는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는 엄마와 언니, 그리고 모든 외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사회자에게 부탁해서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 엄마랑 언니가 코로나에 걸려서 참석하지 못했다고 사람들에게 말해달라고 했다. 나는 문 밖에서 드레스를 입고 어색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자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지만, 사회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나에게 엄마는 어디 갔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예식이 시작하고 조금 늦게 온 지인들 중 몇몇은 결혼식 이후 나에게 엄마가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나는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말했다. 모두 내 이야기를 듣고는 아, 그렇구먼! 하는 반응이었다.
나와 제일 친한 친구 두 명에게는 결혼 전 엄마가 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내 엄마는 나르시시스트라고 말하자 두 친구 모두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예쁘게 결혼식 잘하라고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줬다.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이상하게 바라보지도 않았다.
결혼 직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결혼식 이후 엄마가 참석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까 봐 걱정했었다. 다른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내릴 까봐 걱정하며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수많은 밤들이 아까울 정도로, 나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다. 물론 결혼 직후에는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대지는 않았을까 하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남들은 다른 사람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내 엄마랑 언니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것에 대해 뒤에서 말하고 서로 묻는 사람도 없었다. 적어도 내 귀에는 들린 이야기가 없다.ㅋㅋ
결혼식 이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사람들도 없다. 모두 자신의 삶을 살기에 바빠서 내 결혼식에 엄마가 혼주석에 앉아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만 내 결혼식에 대해 엄청나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대단한 이벤트라고 생각하지, 다른 사람들에게 내 결혼식은 주말에 늦잠과 개인 일정을 포기하고 참석해야 하는 행사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렇다.
내가 지인의 결혼식에 갔는데 혼주 석이 비어있었다고 해서
'어머, 엄마가 안 계신가?'라고 생각하거나, '어머, 혼주석이 비었네. 글쎄 내가 저번주에 누구누구 결혼식에 갔는데 혼주석이 비어있더라고.'와 같은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다니지는 않을 거다.
내가 했던 고민이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끼리끼리는 사이언스다.
내가 뒤에서 수군대면서 가십거리를 씹어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초대한 지인들도 내 엄마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뒤에서 수군댈 사람들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결혼 준비를 하던 당시 나는 미처 하지 못했다.
뭐, 내 엄마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가십거리로 즐긴다고 해도 '심심한 그들의 인생에 작은 가십을 내가 던져줬군', 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식이었으면 그걸로 족하다.
내가 원했던 스몰웨딩이 아니었고, 드레스도 불편한 마당에 인형처럼 신부대기실에서 드레스를 입고 입에 경련이 오도록 웃어대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결혼식 내내 속으로 궁시렁 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남편이 원하던 모습의 결혼식을 한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 나는 남편에게 그동안 내가 원하는 스몰웨딩을 하지 못해서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던 게 미안하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남편이 원하는 큰 웨딩을 해서 남편이 행복했다면 그것 만으로도 나는 괜찮은 웨딩을 한 건데, 내가 계속 스몰웨딩도 못해서 나는 너무 속상하다고 말하면서 오빠 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남편에게 스몰웨딩을 못해서 서운하다고 말한 게 자기한테는 별 문제가 안된다고 말해줬다. 남편은 내가 속상한것이 이해된다고 했다.
물론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결혼식을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남편은 뭐 장모님 없는 결혼식을 하고 싶어서 했을까? 남편은 내 상황도 다 이해해 줬는데, 나는 내 엄마가 나르시시스트여서 나는 피해자니까 어쩔 수 없는 거고 결혼식도 내가 원하는 대로 못해서 속상하다고 남편에게 몇 번이고 짜증을 부렸었다. 내가 짜증 내는 걸 들으면서 많이 속상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남편은 “그래도 자기가 이렇게 미안하다고 말해줬잖아. 미안하다고 말 안 해줬어도 괜찮은데 말해주니까 더 좋지 ”라고 답했다.
내가 엄마 언니를 결혼식에 부르지 않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죄인처럼 굴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나는 나르시시스트 가족을 만난 피해자라는 생각 때문에 남편이 결혼 당시 이해해 준 나의 상황을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남편이 당연히 이해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과거의 내가 정말 웃기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늘 나를 이해해주는 남편이 고맙다.
잘 살아보자 남편. 내가 더 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