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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Nov 16. 2023

연 끊은 딸에게 계속 연락하는 엄마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후버링이 시작되었다


내가 엄마에게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말한 이후 엄마는 내가 절연을 선언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나르시시스트 대처 방안 중 접촉차단(No Contact) 방법을 사용했지만, 결혼 전까지는 엄마의 카톡과 전화는 차단하지 않은 상태였다.


엄마는 매일 같이 카톡과 전화를 해대다가 내가 그 연락들을 모두 씹자 포기한 듯 잊을만할 때쯤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하루는 엄마에게서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나는 엄마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연락을 해대는 엄마의 전화 기록을 보며 나는 마음이 착잡했다.


내가 그때 느꼈던 건 죄책감일까. 아니면 그냥 슬픈 마음이었을까.


그 당시 나는 남편에게 엄마에게 연락이 와서 내 마음이 많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많이 했다.


나르시시스트 관련 서적들에서 피해자가 연을 끊거나 멀어지려고 하면 나르시시스트가 할 반응이라고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후버링 행동을 나의 엄마는 반복해서 했다.


후버링은 피해자가 눈치를 채고 자신을 떠나려고 하거나, 거리를 둘 경우 나르시시스트가 하는 행동을 뜻하는 말이다.  아래는 나의 경험을 예시로 든 나르시시스트가 하는 후버링 경우들이다.


1. 피해자를 위하는 척 연기한다. 함께했던 좋은 기억들이나 추억들을 떠올리게 만들거나, 도와주겠다고 하거나 너에게 줄 것이 있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만나자고 한다.

2. 더 나은 사람으로 바뀐 것처럼 군다. “엄마가 오은영 영상을 보니, 엄마 자식 간의 관계는 원래 어렵다고 하더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그때는 몰랐어 이제는 너를 이해하고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 딸~. “ 이런 식으로 계속 연락을 하면서 피해자와의 관계가 나아질 것 같이 연락을 한다.

3. 사랑하는 내 딸아 나는 너가 너무 소중해, 와 비슷한 말들로 시작하는 연락을 하며 얼마나 피해자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나는 너를 너무 아껴 등등의 말로 피해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다 거짓말이다 우리는 나르시시스트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ㅎ)

4. 안 좋은 일이 있거나, 비극을 경험한 것처럼 과장한다. 나르시시스트는 피해자가 소식을 듣고 죄책감이 들어서 다시 연락할 수밖에 없을 만한 일이 자신에게 생겼다는 말을 하면서 연락을 해온다. 자신이 아프다거나, 주변 사람들이 아프거나 반려동물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5. 네가 이래도 나랑 연락을 안 해? 하는 마음으로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한다. 자녀의 회사에 전화를 하거나, 자녀와 가까운 사람에게 너의 만행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6. 주변 사람들(다른 가족, 친척 또는 피해자와 친한 친구)들을 통해 피해자에게 나르시시스트에게 연락하라고 전달하도록 피해자의 주변인들을 조종하며 피해자가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나의 나르 엄마는 어떤 날은 나에게 ‘어떻게 엄마와 연을 끊을 수 있는 거냐,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냐, 너는 내가 사랑으로 키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이다’ 등등 나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말들을 적어서 카톡으로 보냈다.


사랑으로 키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을 내 엄마라는 사람은 그렇게 폭언과 폭력으로 괴롭혔나 보다.


나의 나르 엄마는 어떤 날은 자신의 생일에 다른 친척들도 다 참석할 예정이니 나와 예비 남편이 참석해서 모든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엄마 집으로 와서 몇 시간 동안 나와 내 남편이 친척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다 가라고 명령하는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엄마의 모든 말들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내가 답장을 하지 않자 엄마는 나에게 하던 연락을 멈췄다.


내 결혼식 이후 한 달이 지날 무렵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부탁할 게 있다는 내용이었다.


본인이 회사에 제출해야 할 서류 중 내가 발급받은 증명서류들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카톡을 보고 나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 서류를 발급받으러 구청까지 다녀와야 했다.


엄마는 이달 말까지 보내달라, 이달 말 이전까지 보내달라 등등의 문자를 보내며 서류를 달라고 계속 재촉했다.


나에게 용돈이나 선물 등 본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맡겨 놓은 것처럼 요구하던 나의 나르 엄마는, 내가 연을 끊겠다고 한 이후에도 나에게 엄마 본인이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꼭 필요한 서류가 있으니 당장 본인이 원하는 기한까지 본인이 요구한 서류들을 빠짐없이 보내달라고 계속 카톡을 보냈다.


나르 엄마는 내가 결혼식에 본인을 초대하지 않은 이후부터는 본인이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연락을 했고, 연락의 내용은 엄마가 원하는 요구사항과 관련된 내용뿐이었다. 그 의외의 안부 인사는 하지 않았다.


연을 끊은 이후 계속된 엄마의 협박 메시지와 말도 안 되는 사랑 타령 연락들에 정이 떨어진 나는, 본인이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연락하는 엄마의 카톡을 받을 때마다 정말 왜 내 엄마라는 사람은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러 서류 중 마지막 서류를 보낸 후 엄마에게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나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엄마와의 모든 연락 방법을 차단했다. 전화도, 문자도, 카톡도 그리고 내 sns도 다 엄마와 언니가 볼 수 없게 차단했다.


나는 앞으로는 엄마가 나에게 뭘 요구해도 그게 무엇이던 들어줄 생각이 없고, 엄마가 일 년 뒤 은퇴한 후에는 회사와 관련된 내가 줘야 하는 필요한 서류 따위도 없을 테니 이제 연을 끊고 연락을 모두 다 차단하면 아무 문제 없이 엄마와는 연락을 하지 않고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결혼 후 6개월이 지나가던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내 나르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여보 어머니한테서 카톡이 왔어. 아직 답장은 안 했어 그리고 혹시 몰라서 비행기 모드로 읽어서 읽음 표시도 안 뜨게 카톡 내용만 캡처해 놨어.”


(비행기 모드로 카톡 내용을 캡처한 내 남편도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ㅎ)


남편의 치밀함에 감탄할 새도 없이, 나는 드디어 올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내가 모든 연락을 씹자 드디어 내 남편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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