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열심히 수정을 거듭해서 정성스럽게 브런치에 글을 썼는데, 글을 읽고 누군가 남긴 댓글에 감동해 답을 하려다, 글 자체를 삭제하는 그런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자책해 봤자,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분노하기보다는 바로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쓰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인생이 이렇듯 내 예상대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나만 아는 것은 아닐 텐데, 내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신의 딸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지 않아 불쾌해했다. 그 딸은 나다 ㅎ
엄마는 내가 남친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내 남친이 어느 학교를 나오고 어느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하고 무슨 직급으로 돈벌이를 하는지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다.
남친이 생겼다고 밝힌 이후 나는 내 연애에 대해 늘 경계하고 내가 몇 시에 귀가하는지 날카롭게 날이 선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언니 때문에 맘고생을 했다.
그 둘을 그냥 무시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 당시에 나는 혈육에게는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에 세뇌 되어서 데이트하고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엄마와 언니에게 항상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데이트 이후 10시, 11시를 넘겨서 집에 도착하면 엄마와 언니의 지랄이 시작 됐다.
두 사람은 나에게 집에 가족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데이트하고 너를 집에 늦게 보내는 니 남자 친구는 개념이 없는 새끼라고 욕했다. 엄마와 언니는 내 남친에 대한 호구조사를 계속했고, 지친 나머지 내가 내 남친은 과고출신에 카이스트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두 사람은 몇일 동안 조용했다.
내 남친의 스펙이 공개 되자 둘은 갑자기 내 남친을 경계하지 않았다.
남친과 여행을 다녀온다고 말하던 내게 “몸을 함부로 굴리는 년” 이라고 막말을 하던 내 나르 언니는, 나보고 남친 친구들을 자신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남이 행복한 모습을 보면 질투가 나 견딜 수 없어 하는 우리집 두 나르시시스트는 내가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늘 나만 보면 으르렁 댔다.
몇일이 지나자, 두 사람은 내가 남친과 데이트를 하는 것을 더욱 더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https://brunch.co.kr/@tangerine/7 (아래의 글을 참고하세요.)
나는 두 사람이 욕하는 것을 한달 동안 듣다가 남친에게 말했다.
엄마와 언니가 나를 카톡으로, 전화로, 집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막말을 하면서 괴롭혀서 내가 너무 힘들다고.
나는 남친이 하는 대답을 듣고 남친과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 하게 되었다.
다시 글을 써 보니, 이렇게 짧게 써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을 수 있는데 아까는 뭘 그렇게 주절주절 늘어놨나 싶다 ㅋㅋㅋ 역시...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아까 댓글 써주신 분... 죄송해요. 글이 지워졌네요. 앞으로 술 마시고 댓글 확인 안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