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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Oct 07. 2023

딸의 남자친구를 싫어하는 엄마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늘 내 남자친구들을 싫어했다


엄마는 늘 내가 행복을 찾고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싫어했다. 내가 밖에 나가서 친구와, 이성과 노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엄마는 내가 남자친구가 생기면 내 남자친구를 제거하기 위해 꾸준히 내 남자친구를 험담했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딸이나 아들이 연애라도 하면 자신의 입지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여, 은근히 또는 대놓고 자녀의 연애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녀가 애인이 생기면 "걔는 좀 별로다"라든가 "걔는 너랑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외모가 별로다" 등등의 말로 어떻게든 자녀의 연애 상대를 깎아내리려 한다.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아들에 대한 흉을 보기도 하고, 딸에게 "넌 엄마보다 니 남자 친구가 더 중요하니?"와 같은 괴상한 말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자녀가 콧방귀를 뀌거나 귓등으로도 안 듣고 부모와 거리를 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오랜 기간 세뇌를 당해 엄마의 말을 듣고 진짜로 자신이 사귀는 애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나르시시스트 부모 아래에서 또 다른 나르시시스트가 되어버린 자녀는 나르 부모의 말을 정말로 믿고 애인을 비난하며 헤어지게 된다.  


내 언니는 (이하 새끼나르) 대학교 시절 내가 남자 친구가 생기고 나서 선물을 받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 집에서 외박을 하거나, 남자친구와 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나에게  좋겠다...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나르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방금 입수한 특급 정보"를 일러바쳤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



"네가 니 남자 친구한테 받은 목걸이 다이아는 너무 작아서 그게 다이아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큐빅을 사놓고 너한테 다이아라고 거짓말한 거 아니니?"

"걔가 사준 꽃은 왜 그렇게 작니? 넌 그렇게 작은 꽃을 받아놓고 기분이 좋니?"

"그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도 아닌데, 다른 집 딸들은 더 좋은데 데려가는 남자 만난다는데 너는 왜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니?"

"네가 친구 집에 갔는지 남자 친구랑 있었는지 우리가 알 게 뭐야? 어떻게 믿어?" 


친구 집에서 자겠다는 나를 못 믿겠다며 늘 이렇게 말하던 우리 집 투 나르들에게 나는 내 친구들과의 일도, 나의 연애 얘기도 점점 안 하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새끼나르에게 말하게 된 나의 소식이 나르 엄마의 귀에 들어가면, 나르 엄마가 나를 불러 "남자에 미쳐 몸 함부로 하는 애"라고 했다. 나는 그런말을 들을 때면 불같이 화를 내며 엄마에게 화를 냈다. 어떻게 딸에게 저런 말을 하지? 하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나르시시스트 들은 상상 이상의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존재들이다.




너도 나도 연애 좀 하게 서로의 연애 라이프를 터치하지 말자고 해도 멍청한 새끼 나르는 끊임없이 나르 엄마의 충성스러운 정보원이 되었다.


왜냐면 새끼 나르는 대학교 때부터 나르 엄마에게 카드부터 학비뿐만 아니라, 갑자기 준비하겠다고 하던 행정고시 준비 비용까지 지원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새끼나르가 유학을 떠난 이후로는 더 어마머마한 금액의 지원을 꾸준히 받아야했기 때문에 그 증상이 더 심해졌다.  


나와 새끼 나르는 주말이나 휴일에 친구나 남자친구를 만나면 엄마 눈치를 봐야 했다. 쉬는 날 가족의 소중함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는 나쁜 자식들이라고 엄마가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나르 엄마는 항상 새끼나르 언니가 데이트를 하고 늦게 오는 날에는, 엄마가 먹고 싶은 것을 사 오라고 말했다. 맛집을 갔다고 하면 늘 "너희는 좋은 거 먹고 다니는구나? 엄마는 밥에 반찬 남은 거 먹고 있는데."라고 말하며 불쌍한 척을 했다. 딸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질투했다.


나르 엄마는 내가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이 연인과 즐길 수 있는 날에 데이트를 한다고 하면, 이혼하고 혼자 있는 불쌍하고 외로운 엄마를 혼자 버려두고 지만 신나서 즐겁게 노는 이기적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는 나쁜 딸 년이라고 말 했다.   


하지만 나는 연애 유무와 상관없이 크리스마스는 늘 친구나 연인과 보냈다. 친구집에서 파티도 하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했다. 성인인 내가 전 세계에서 즐기는 기념일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 뜻대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보내야 한다고 새끼 나르는 늘 강조했다.  꼭 놀러 가야 한다면 이브에 나가서 놀고 크리스마스 당일은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새끼나르:  "너는 혼자 있을 엄마가 안 불쌍해?" "너는 크리스마스 때도 남자 친구랑 붙어있어야 속이 시원해? 왜 이렇게 남자한테 미쳐서 살아?"  

나: "응 안 불쌍해 엄마가 왜 혼자야 언니가 있잖아 ㅋ.", "이브던 크리스마스던 남자 친구가 없어도 그냥 친구랑 보낼 수도 있는 거지 왜 꼭 가족이랑 보내야 해?"  

새끼나르: "가족이랑 안 보내는 애들이 급이 낮은 거야. 원래 명문가나 부자들은 가족끼리 모여서 파티하고 시간 보내." (명문가는 뭔 소리임????? 내 귀를 의심했다.)  


나: "......... 넌 그렇게 살아라 그럼. 난 내가 알아서 보낼 테니까."  


나는 가끔은 가족하고 시간을 보냈고,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대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대학교 동안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새끼나르 언니와 나르 엄마에게 나의 연애 라이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멍청한 새끼 나르는 엄마와 공동연애라도 하듯, 자신의 연애  라이프에 대해 구구 절절 세세한 디테일까지 공유했다.  


"남자친구가 나랑 차에 탔는데, 내가 의자가 불편하다고 하는데도 아무것도 안 해줬어." 

"남자 친구랑 여행을 갔다 왔는데, 운전을 못해서 내가 하루종일 운전해야 했어."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남자 친구가 결제를 다 했어. 근데 대리비는 내가 냈지 뭐야." 

"남자 친구는 지방 출신이야. 근데 석사를 안 했데." 


그런 얘기를 들으며 나르엄마는 걔는 이상한 애인 거 같으니까 헤어져라, 그런 대우받으면서 너는 왜 남자를 사귀냐, 내가 귀하게 키웠는데 너는 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을 만나냐라고 말했다.  



"걔 지방 출신 이라며, 지방 출신들은 좀 질이 나빠. 아무래도 생각하는 거나 뭐나 알 수가 없어. 그리고 지방에서 살았으면 뭘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도 없는데 뭘 믿고 만나니?"  


 나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즉 나르 엄마의 부모님은 지방 출신이시다. 나르엄마는 좋은 교육을 받아 커리어에서 성공 했지만, 우월감만 높고 의식 수준은 매우 낮았다. 엄마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을 때면 나는 정말 역겹고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나르 엄마는 새끼 나르 언니가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한 이후 늘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그런 걸 만나!" 


"걔 석사도 없다며, 넌 박사가 될 사람인데 그런 애를 왜 만나니? 너랑 만나려면 해외에서 박사정도는 해야 너랑 급이 맞지. 내가 너 겨우 대졸 만나라고 유학시키고 박사 시킨 줄 알아?"  


그런 나르엄마의 우월감과 수준 낮은 의식에 기반한 저질의 피드백을 받은 새끼 나르는   


"그렇지? 내가 기분 나빠야 하는 거지?"  

"맞아 맞아 엄마. 그래서 그런 거 같아. 센스도 없고 좀 말하는 것도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별로야. 좀 수준이 의심스럽지?", "그렇지? 내가 너무 아깝지? 남자 친구한테 박사 하라고 해야겠어."  


라고 말하곤 방으로 들어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영통을 하고 자신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네가 나를 얼마나 무시했는지 아냐고 사과하라고 싸워댔다. 정말 만난 모든 남자와 그런 과정을 수십 번씩 반복했다.    



새끼 나르가 사귀는 남자가 순진하거나 콩깍지가 씌었을 경우 몇 달 뒤 헤어졌고, 새끼나르의 정체를 알아챌 경우 몇 주만에 헤어졌다.      


새끼 나르가 유일하게 100일을 넘게 안정적으로 만났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해외 유학 시절 만나던 남자였다.  나르 엄마는 그 남자 친구가 커뮤니티 컬리지 밖에 안 나왔고, 박사는커녕 석사도 없고, 연봉도 적지만 해외에 혼자 있는 새끼나르에게 밥을 해다 주고 치안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너무 안심이 된다고 했다. 나중에 그 남자친구는 한국에 놀러 왔고 새끼 나르는 늘 그랬듯 자신의 남자친구가 어떤지 봐달라며 나에게 소개해줬다. 몇 번째 남자 친구인지 셀 수도 없지만 nn번째 소개받는 새끼나르의 남자 친구는 그냥 평범했고 평범했다.  


이후 그 남자 친구는 새끼 나르가 학벌로 본인을 너무 무시한다고 하며 새끼 나르와 다투고는, 여태까지 너한테 쓴 데이트 비용과 너에게 준 선물들을 금액으로 환산해서 나의 나르 엄마에게 청구하겠다고, 안 받아 드리면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을 해왔다. 그 소식을 듣고 나르 엄마는 새끼나르에게 너는 남자 보는 눈이 왜 이렇게 없냐고,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이별 사건 이후 새끼 나르는 자신이 유학하면서 너무 외로워서 판단력이 흐려졌던 거고, 그 남자네 집도 경제력이 부족해서 어차피 맘에 안 들었다며 자기변호를 하곤 했다. 나르엄마와 내 앞에서 역시 학벌이 낮은 애들은 질이 나빠 를 연신 중얼거리며 학벌 높은 남자만이 자신과 어울린다고 떠들어댔다.   

새끼 나르는 그 이후 누군가를 사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헤어지는 과정까지 나르 엄마와 공유했는데, 헤어지던 순간의 공기와 본인의 당시 기분까지 세세하게 공유했다. 나르엄마는 그 말을 들으면 활짝 웃으면서 새끼나르를 위로해 줬다. 엄마는 새끼나르의 결별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만약 부모님이 내 연애 상대를 싫어하거나 비 상식적으로 집착하고 비난하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나는 대학교 이후부터 결혼 직전까지 엄마 언니가 아무리 끈질기게 물어봐도, 내 연애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그 당시는 두 사람이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을 몰랐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두 사람과 거리를 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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