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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Oct 07. 2023

딸의 연애를 방해하는 엄마

연애를 하니 엄마의 집착이 시작 됐다.

대학교부터 취업 2년 차가 될 때까지 혼자 살던 내게 엄마는 거주비를 아껴야 하니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나는 계속 혼자 독립해서 살았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나는 계속 혼자 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 언니와 같이 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르엄마는  몇 달 동안 회사에 있는 내게, 퇴근한 내게 카톡과 전화를 해서는 자신과 같이 살지 않을 경우 부모 자식 간의 연을 끊겠다는 협박을 했고, 결국 나는 나르 엄마와 새끼나르 언니와 같이 살게 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같이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다. 나도 이제 직장인이고 서른 살이 되었으니, 나를 한 명의 성인으로서 존중해 달라고 했다.


조건 1. 나는 이제 성인 이므로 내가 몇 시에 귀가하는지 통제하지 말 것.

조건 2. 내가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외박을 하더라도 간섭하지 말 것.


엄마는 오케이를 했고 나는 엄마와 같이 살게 되었다. 나도 이제 회사도 다니는 성인이니 엄마가 이전에 내게 하던 집착을 안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었다. 그 당시 엄마가 나르시시스트인 것을 알았다면... 절대 같이 살겠다고 하지 않았을 거다. 


그 당시 엄마 언니가 성격이 조금 나쁜 정상인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두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다.


두 딸과 같이 살게 된 엄마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딸들이랑 늘 떨어져서 살다가, 결혼 전 몇 년이라도 너희랑 같이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결혼을 언제 할 줄 알고 그런 말을 했을까 ㅎ) 그러다가도 엄마는 주변 지인들의 자녀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희는 연애도 안 하고 왜 엄마 속을 썩이냐면서 빨리 결혼해서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르시시스트 엄마 언니(이하 새끼나르)와 같이 사는 것 중 불편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었지만, 내가 연애를 시작하자 모든 것이 불편해졌다.


내가 어느 날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자, 엄마 언니는 눈을 반짝거리며 내 남자친구의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학교는 어딜 나왔어? 어디에 살아? 차는 있어? 연봉은 어느 정도야? 부모님은 무얼 하시니? 부모님은 어디에 사니?" 등등 집요하게 내게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봤다.


대학 때부터 이런 호구조사에 익숙했던 나는 적당히 알려줄 수 있는 정보만 알려주고 남자친구에 대한 말을 아꼈다.


남친과 나는 너무 잘 맞았다. 우리는 매일 붙어있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정말 시간이 가능하면 늘 데이트를 했다. 집에 와서도 통화를 하다 잠들고 다음날도 서로 빨리 만나고 싶어 했다.


찐 사랑이자 나르 탈출기의 서막이었다.


남자친구와 사귀며 엄마와 언니가 이상한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엄마 언니가 나한테 이런 막말을 했어 , 근데 내가 걱정시켜서 그래. “, ”나는 예민한 애라서 그래. “, ”내가 가족한테 너무 이기적인가?” 등의 말을 하면 내 남자 친구는 늘 황당해했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내가 그런 막말을 들을 이유도, 나 스스로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줬다. 남자 친구는 나한테 엄마와 언니가 너를 너무 소중하게 생각 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남자친구 부모님은 남친이 대학생이던 때부터 늘 해외에 계셨기 때문에, 그 당시 내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부모님으로부터 내가 평생 나르 엄마에게 받던 집착과 간섭 비슷한 그 무엇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남편의 부모님은 남편이 밥을 먹는지, 집에 들어왔는지, 연봉이 얼마인지, 왜 아직도 결혼을 안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면서 아들을 괴롭힌 적도 없다고 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내 이전 연애 상대들은 늘 내가 엄마와 언니에 대해 말을 하면, 엄마랑 언니가 나한테 관심이 많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니 너가 그냥 무시하라는 식으로 말했었다. 하지만 내 남편은 달랐다. 나한테 어떻게 하라는 조언 대신, 엄마 언니에게 상처되는 말을 들은 내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엄마가 내게 집착해도, 그럴 수 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막말을 하고 물건을 던지더라도 날 걱정하는 거니, 엄마와 언니를 미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후 내가 평생 가지고 있던 가족에 대한 세계관이 박살난 나는, 가족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남자친구와 통화를 마친 후 물을 마시거나 씻으려고 방에서 나오면 늘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남자친구 생겼다고 엄마 언니는 안중에도 없고 그냥 남자에 미쳐 사는구나."

"너는 엄마 언니가 뭘 하든 관심은 없고 남자친구 생각만 하고 사니?"


남편을 만나기 전이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거다.

“뭘 미쳐요 미치긴, 왜 말을 그렇게 해요? 전화 좀 길게 하긴 했지만 남자 친구랑 통화 좀 한 거 가지고 왜 그래요?”


하지만 남편과 사귄 이후 엄마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언제는 연애 좀 해서 빨리 결혼하라면서요."


그러면 엄마는 나한테 남자에 왜 그렇게 목을 매는 거냐고 비난했다.


나르시시스트 엄마 언니는 내가 행복한 것을 불편해했다. 나에게 엄마와 언니는 늘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같이 주말을 보내는데, 주말만 되면 늘 꾸미고 집에서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는 너는 가족은 신경도 안 쓰는 애야.”


엄마와 언니의 비 정상적인 행동은 내가 남자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하자 절정을 찍었다. 나와 남편은 이 일을 투 나르와의 크리스마스 사건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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