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 tangerine 요즘 모하나 궁금하네>
똑같이 별일 없이 지낸다는 내 말에 친구는 추석 이후에 한번 보자고 했다. 친구 덕에 추석이 한 달 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곧 추석이구나!
나와 남편은 서로의 집에 추석 전 후로 양가 부모님과 식사를 하기로 했다. 추석 당일과 추석 연휴는 온전히 우리끼리의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하고 양가 부모님에게도 우리의 결정에 대해 말씀드렸다. 결혼 전부터 우리 집에는 제사가 없기 때문에 갈 필요가 없고, 추석 때도 우리 아빠는 집에 오기를 바라시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 전주에 밥이나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다.
남편 또한 나에게 부모님이 해외에 계속 계셨었기 때문에 명절에 원래도 자주 만나지 않았었고, 연락만 했었다고 말했다. 굳이 당일에 만나지 않고 추석 전 주나 이후에 만나서 식사나 한번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에게는 명절이 양가에 찾아가야 하는 날이라기보다는, 그냥 오랜만에 푹 쉬며 둘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일이다.
친구는 명절 뒤에 보기로 했지만, 오늘 나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시작했다. 친구는 이번 추석에 시가에 가기가 싫다고 했다. 내가 “왜, 시댁이 불편해?”라고 묻자 친구는 모두가 불편하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희한하다고 했다. 지난 주말 시누와 만나서 같이 밥을 먹던 중, 시누가 “우리 시어머니가 글쎄 시댁 식구들이랑 자주 얼굴도 보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거 있지?”라고 말하며 남편과 시누가 왜 시댁이랑 어울리는 걸 강요하냐고 그 시어머니가 이상한 분이라고 대화하는걸 친구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던 내 친구가, “나도 어머니가 나한테 시누 부부랑도 친하게 지내고 친척 부부들이랑도 어울리고 잘 지내라고 말하신 거 부담스러웠어.”라고 말하자, 시누와 남편이 눈이 동그래지더니 “우리 엄마가 친해지라고 그렇게 말한 걸 꺼야.”라고 말을 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친구는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말도 동생 시어머니가 하는 말은 강요고, 자기 엄마가 하는 말은 친해지라고 한 말이라는 것에서 그 가족의 수준이 짐작 갔다.
뒤에서도 아니고 내 친구 앞에서 그렇게 내로남불을 하다니,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친구의 남편이 멍청한 등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는 이어서 남편 할머니 장례식에 갔을 때, 남편이 손님을 맞이하느라 잠깐 자리를 비우자마자 시어머니와 고모 및 이모님들이 오셔서는 이것저것을 물어보면서 불편하게 했다고 한다. 예예 하면서 대답을 하니, 내 친구에게 “우리 때는 종종 거리고 다녔는데 요즘은 시댁상에 와서 며느리도 손님이야 그렇지? 세상이 너무 좋아졌어.”라고 말을 했다며 너무 불편했다고 이야기를 늘어놨다. 친구의 시어머니는 내 친구에게 “너 남편은 계속 손님이랑 이야기하느라 바쁘니까 네가 일 조금만 도와주렴. “이라고 말을 했다며, 너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후 남편에게 서운하고 섭섭했다고 말하니,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신 거라서 모두가 힘들고 슬픈데, 그거 일 조금 도와준 게 뭐가 문제냐고 했단다.
내 친구의 섭섭함은 일을 조금 한 그것에서 오는 게 아닐 텐데....
사위나 며느리나 손님인데, 왜 손님이 일을 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친구는 말했다.
나도 동감이었다. 일이야 조금 도와줄 수 있지만, 서운하다는 와이프 입장에서 한 번을 생각 안 하는 내 친구 남편은 아마도 나중에 이혼이 하고 싶은 모양인가 보다.
내 친구는 너 하나만 소리 안 내고 참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이 제일 화난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편한 게 많고 부담인 거냐고, 유난스러운 며느리라는 식의 반응도 기분이 나쁘고 불쾌하다고 친구는 말했다. 차라리 시부모님이 대놓고 나쁘게 말하거나 부려먹으면 얼굴이라도 안 보고 살 텐데, 은근히 하대하고 은근히 못되게 말하는 게 다 느껴져서 그걸 하나하나 이야기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쫌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나도 동감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들 아들 와이프에게 바라는 것도 많고 할 말이 많으신 걸까 ㅋㅋㅋ 어려운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말도 못 할 텐데.
‘니 남편이 등신 같다 얘’라고 말할 수도 없기에 나는 그저 묵묵히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시댁 수준에 맞게 너도 똑같은 수준으로 해. 그래야 너 스스로를 돌보지.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내 자식이 남의 집 어른들에게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말은,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도 안 하면 좋겠다.
며느리나 사위는 우리 집 가족이 된 게 아니라, 내 자녀와 가족이 된 거다. 우리 가정에 며느리나 사위가 들어온 게 아니라, 둘 만의 가정을 만든 거다. 며느리나 사위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뭘 더 해줄 수 있을지 진심으로 귀하게 대할 마음이 없이 그저 며느리 사위된 도리를 기대하면 며느리나 사위가 조용히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