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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로나 Aug 23. 2022

저만 운동 망해본 거 아니잖아요

- 망한 운동의 역사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둔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실망해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이런 끈기 없는 녀석….” “생활체육 업계의 호구”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했던가. 나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헬스장’ 갈 때마다 육신이 너무 고통스러워 벌 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강사가 시키는 운동을 하고 시간과 횟수를 채우며 내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고, 머릿속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왜 돈 주고 벌 받지? 이것을 꼭 해야만 할까? 벌 받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서 배워두면 쓸모 있을 다른 운동이 있지 않을까?’ 


생각은 헬스장 다니는 것을 당장 때려치고 수영을 배우러 가자는 결심까지 나아갔다. 적어도 수영만큼은, 유사 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라 짐작했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과대평가했다.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느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수영도 그만뒀다. 수영장의 소독된 물이 피부와 안구를 자극하는 걸 느껴 불편했고, 수업 전후 수영장에 딸린 공용 욕실에서 씻는 것이 번거로웠다. 활동 구역 내에 걸어서 도달하기 쉬운 수영장이 없다는 사실도 번거롭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수영을 그만두게 된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수영을 배우는 속도가 지독히도 느렸다는 것이었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남들 보다 뒤쳐진다는 인식은 의욕을 잃게 했다. 심지어 강사도 불친절했다. 잘 못 따라온다고 면박을 주며 몸을 만져대는 남성 강사가 심히 거북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수영을 때려치운 뒤, 더 이상 체육업체들에게 호구 잡히지 않기로 결심했다(당시에는 법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소비자가 남은 기간의 환불을 요청해도 업체에서 거부하며 버틸 수 있어 호구 잡히기 더 쉬웠다). 운동을 위해 더는 돈 쓰지 않겠다! 대신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가끔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따라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삼십대가 되며 절실히 느꼈다.


- 삼십대가 되며 느낀 운동의 필요성

저녁 식사를 위해 번화가를 배회하던 중이었다. 안내를 맡은 동행인이 목적지를 잘못 찾아 가는데, 그것에 대해 내가 너무 심하게 짜증냈다. 가까스로 목적지를 찾은 뒤, 앉아 쉬며 탄수화물을 섭취하니 이내 머쓱해졌다. 그렇게까지 성질부릴 일이었나…?


아무래도 문제는 체력이었다. 저녁만 되면 쉽게 피곤했고, 그러다 보니 인내심도 쉬이 바닥나 스스로의 감정을 잘 정돈하지 못했다. 30대 들어 급격히 체감된 문제였다. 근력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근력이 부족하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다 보니 어깨나 손목, 무릎이 아파왔다.


그리고 당시 내 운동 능력은 바닥을 찍고 있었다. 그 흔한 자전거도 타지 못할 정도였다. 배경을 구성하는 사실 중 하나는 어린 자식을 방치하는 부모 아래 자랐다는 것이다(자전거를 탈 줄 아는 내 주변 사람들 대다수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20대까지는 그 사실이 억울하고 슬플 때가 많았다. 30대가 되니 많이 담담해졌다. 주어진 상황을 인지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나를 아끼고 돌볼 사람은 나 자신이며 운동이 이를 위한 행위 중 하나라는 것. 그 점을 인식하며,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하기로 했다. 20대 때 보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고, 20대 시절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버려가며 쌓은 경험으로 스스로를 더 잘 파악하게 됐다는 사실도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 운동 능력이 부족해도 입문하기 어렵지 않고, 배우는 과정이 즐거우며, 집에서 가까운 데 시설이 있는 운동 종목이 내게 적합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았다.


그래서 선택한 운동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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