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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로나 Aug 23. 2022

찾았다, 내 운동

30대가 되어서야 겨우 발견한, 내게 맞는 운동

운동 능력이 부족해도 입문하기 어렵지 않고, 배우는 과정이 즐거우며, 집에서 가까운 데 시설이 있는 운동 종목.


탭댄스는 앞선 조건에 부합해보였다.


영화 <라라랜드>, <아티스트>의 탭댄스 시퀀스를 무척 인상 깊게 봤었다. 영상에서 탭댄스를 추는 사람들은 늘 웃는 얼굴이고 즐거워보였다. 점프 동작이 많으니 꽤나 좋은 유산소 운동이 될 것 같았지만, 비교적 입문은 쉬워보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마침 집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위치한 탭댄스 연습실이 있었고, 연습실 이용 비용도 저렴했다.


<라라랜드> 중


<아티스트> 중



그렇게 찾아간 탭댄스 연습실의 대표는 다행히도 좋은 사람이었다. 매우 친절하고 인내심이 강했으며, 늘 웃는 얼굴이었고(탭댄스를 잘 추면 ‘웃상’이 되나?) 동작을 빠릿하게 익히지 못할 때도 답답해하는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괴로움도 잡생각도 없이, 오롯이 동작을 익히는데 집중하며 땀 흘릴 수 있었다. 매일 새로운 동작을 배우고 그것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반복하는 과정은 숨이 찼지만 즐거웠다. 어제 하지 못한 동작을 오늘 할 수 있게 될 때의 성취감과 발을 쿵쿵 구르고 점프를 뛰어 정확한 소리를 만들어 낼 때, 그리고 그게 음악의 박자에 정확히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은 짜릿했다. 강사가 수강생 각자의 속도에 맞게 동작을 알려주고 개별적으로 연습할 거리를 던져준 덕에 남과 비교 할 일 없다는 점도 좋았다. 그저 어제 보다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면 됐다.


탭댄스를 1년 반 동안 일주일에 두 번, 꾸준히 연습실에 나가며 지속했다. 처음이었다. ‘운동적 취미’를 빼먹지 않고 끈기 있게 한 것은. 그렇구나, 내게 맞는 운동 방식은 춤이구나!


연습실에서 탭슈즈를 신고 있는 수 년 전의 나


하지만 이 브런치가 탭댄스에 대해 주로 말하는 곳이었다면 주소와 닉네임이 이 모양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탭댄스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는 뜻이다. 의욕이 앞서 정확하지 않은 자세로 점프하고 힘주어 바닥을 밟으며 무릎이 혹사됐나 보다. 


"운동을 바꾸시는 게 어때요? 몸을 축내면서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무릎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물리치료 선생님은 말했다. 이렇게 무릎이 부어서 병원을 찾는 건 보통 50대부터라는 말도 덧붙였다. 충격적이었고, 이내 서글퍼졌다. 기껏 잘 맞는 운동을 찾았는데 중단해야 하다니….


슬픔을 딛고, 무릎이 덜 아플 다른 춤 장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마침 Mnet의 춤 경연 프로그램 <댄싱9>을 보며 발레와 현대무용에 대한 흥미가 커졌다. 발레의 아름다움과 현대무용이 표현하는 감정에 매료된 것이다. 이에 동네 댄스 스튜디오를 찾아 발레 반 년, 현대무용 반 년을 배웠다. 그러나 발레와 현대무용은 ‘춤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 보다는 ‘수련’하고 있다는 감각을 줬다. 발레와 현대무용 덕에 근력이 생기고 몸이 다듬어지긴 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흥’을 느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좀 더 즐거운 춤이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 도전한 춤이 뭐냐고? 다음 글에서 계속 이야기 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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