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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medy May 06. 2016

버티기

일기-웃긴이야기

버티기


옛말 틀린 말 진짜 하나 없는 듯 하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하지 않았는가. 하필이면 이 아름답고 화창하고 뷰티풀한 샤르방방한 날에 저 인간들을 다시 만나게 될줄이야… 


저번에 한번 이놈들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 듯 하다. 그때 그두 명의 훼방꾼, 철면피의 소유자 들이 다시금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침범 하였다. 아니 우리가 뭐 그렇게 친하던 사이라고 철면피를 깔고 한 30분만신세를 지자고 대놓고 들어올 수가 있지? 우리가 비록 코드를 몇 판 같이 했고 네가 나보다 월등히 게임을잘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 외에 딱히 말을 해 본적도 없는데… 그리고굳이 따지자면 나는 네 친구의 원수가 아닌가? 


하긴야 오히려 원수니까 들어 오는 걸 수도 있다. 평화롭게, 공부하고 노래 듣고 채팅을 하던 나를 나의 작은 세계에서 편안히, 마치순직한 순교자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던 나를 방해 할 수가 있나. 


나는 후천적으로 거절을 잘 못하는 타입이라, 이런 인간들에게 매몰차게 말을 하지를 못한다. 그냥 좀 내버려 두라고, 내가 도서실에맨날 있다는 걸 빌미로 좀 찾아오지 말라고 말을 하지도 못한다. 아…저 능글맞은 미소를 품은 입술을 반 바퀴쯤 돌려서 내다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다. 역시 인생은 철면피를 깔고 살아야 편한 것인가. 


물론 나도 엄청난 철면피의 소유자긴 하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살갑게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는 것을 모르는 척, 모르는 것을아는 척 하는 솜씨까지, 나의 철면피도 레벨 이 꽤나 높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거의 운영자 레벨인 듯 싶다. 운영자가 스킬 까지 마스터하니무서울 수 밖에….


나는 딱히 이 둘한테 미안할 만한 짓을 한적은 없다. 아니, 도와 주었으면 도와주었지. 하지만 이 녀석 친구 (누구였더라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한테 꽤나 큰 모욕을 주었던것은 잘 기억한다. 웃기게도 이놈들은 나랑 더 친해져 버렸지만.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을 위험이 언제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항상나에게 리마인드 시켜주는 것 같다. 선을 긋고 긋고 또 그어도 제대로 그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나의 점점 좁아지는, 점점 가까워 지는 선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한참은 더 넓다는 사실이 무언가 불편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속이 넓은 게 아니라 니들이 좁은 거다. 


A는 B보다 나은 사람이다라고 말할 때, 이 “나은 사람”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여러 번 말했듯이, 너무나도 이기적인 존재라 나 자신보다 더 대단한사람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으로 옮겨 갈 것이다 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을 진실되게 대하지 않았다.나보다 잘나고 멋지고 똑똑한 인간들은 널리고 널렸기에, 그 중에서 굳이 나를 선택할 필요가없기에 나는 그 사람들이 잠정적으로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는 것이다. 잠정적으로 언제나떠날 수 있는 것은 정작 나인데, 왜 그들에게 책임을 물었을까. 


나는 전채적으로 보았을 때나 작게 나누어 보았을 때나 남보다 못났으면 못났지 잘났다고 생각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래, 친화력 하나는 인정한다. 하지만나는 관계에서는 나의 관점 보다 상대방의 관점이 우선시 된다는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한 사실을 언제나 망각하고 있는다. 예를 들자면, A라는 사람한테는 나 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a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이 아무리 다른 것들이 나보다 잘나게 가지고있다고 해도 a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사람이란 타인을 생각할 때 한가지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무언가로 판단 한다는 것을말이다. 그러므로 내가 몇 가지가 떨어진다고 해도 종합적으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즉 실제로 더 나은 사람, 혹은 좋은 사람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나와의 관계를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사람이라는 존재는 익숙함에 빠져 나오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즉, 누군가가 익숙하다 라는 것을 관계의 우위에 두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즉, 나처럼 친화력, 혹은“누군가와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주변에 친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10년 알고 지냈지만1년알고 지낸 것 같은 사람과 10분 알고 지냈지만 10년 알고지낸 것 같은 사람들 중, 두 번째를 선택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라는 말이다. 


하긴, 맞는 말이긴 하다. 남들이 배척하는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 무시를 당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매우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나와그들이 친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나는 그런 것들을 개의치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담배를 안 피웠으면 하지만 피우고 싶음 피우고, 짜증을 안 냈으면하지만 내면 곁에 있어주고, 화를 안 냈으면 하지만 내면 받아주면 그만이다. 슬퍼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하며 웃겨주고, 시무룩 하지 않았으면 하지만시무룩 하면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울지 않았으면 하지만 울면 위로해 주면 그만이라는 말이다. 


아 이제 드디어 갈려나 보다. 아싸라비아다. 점심 데이트에 시간 맞춰서 전화 할 수 있겠군. 


막상 간다고 하니까 뭔가 서운하다. 역시 사람이란 외로움을 지독하게타는 존재랄까. 재미없게 재미있는 사람들은 역시 재미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인가. 짜식들, 나중에 또 와도 괜찮을 것 같다. 덕분에 글을 쓰게 되었으니, 정말로 착한 놈들이 아닌가. 권태기가 찾아온 줄 어찌 그렇게 귀신같이 알아맞히는지, 신기가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군…


하여간 나는 아까 말했던 점심 데이트에 너무 늦으면 안되므로 이만 줄여야겠다.비록 겨우 두 페이지의 글이긴 하지만, 이 정도를 쓰는 것이 얼마만인지를 감안 해보면 정말로행운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심지어 데이트를 어느 정도 할 시간까지 남겨주지 않았는가.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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