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소리에 억지로 깼다. 늦게 잔 애들은 월요일 아침 간신히 일어나 식탁 앞에 앉는다. 자다가 일어나 바로 밥을 먹는 일은 곤욕스러울 것이다. 나도 깨어나 한두 시간 뒤에 먹는 걸 선호하는데, 애들은 주말만 되면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싶어 한다. 하지만 평일은 다르다. 자리에 앉자마자 5~10분 내로 먹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며칠 전에 사둔 일미채를 꺼냈다.
남편은 이번에도 일미를 볶아달라고 했다. 지난 휴가 때도 일미를 잔뜩 볶아서 싸줬는데 한 달 만에 다 먹었다고 했다.
일미를 볶는 일은 아주 쉽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선호하지 않는 음식을 한다는 건 은근히 귀찮은 일이다.
신혼 초에,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에게 아침을 먹여 보내겠다고 남편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식탁을 차리곤 했다. 남편은 잘 먹다가 어느 날 말했다.
"아침 안 차려줘도 돼. 결혼 전에도 아침 안 먹고 다녔어."
우리는 다른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세끼 다 밑반찬과 국물이 있어야만 되는 환경 속에서 자랐고, 남편은 국물류를 먹지 않았다. 서로 편식하는 부분이 달랐다. 그중 하나가 일미였다. 그는 사는 동안 내내 일미 반찬을 해달라고 했고, 나는 오로지 그만을 위해 일미를 볶았다.
작년 여름 방문 때, 남편이 어떻게 사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겪고 돌아와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 먹거리가 큰 문제였다. 살기 위해 먹는다지만, 어떤 것을 먹을까. 매 끼니가 기다려지지 않는 삶.
아이들은 내가 어떤 음식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식탁에 앉는 속도와 먹어치우는 속도가 달랐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방으로 스며드는 냄새를 따라 아이들이 내 뒤로 다가서서 노래하듯 외쳤다.
"엄마, 이거 무슨 요리야? 냄새 너무 좋아. 어서 먹고 싶어."
한 번은 김밥을 여러 줄 싸서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남편이 김밥이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마트에서 장 보다가 전화를 걸 때가 종종 있는데, 뭘 사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면 남편은 깜짝 놀라 했다.
"마트에 먹을 거 천지인데, 먹을 게 없다니......?"
남편에겐 마트에 있는 모든 게 맛난 먹거리이고, 내 눈에는 이 많은 음식들 중 애들이 먹는 건 몇 개가 안 된다는 사실 뿐이었다.
나의 소원은 대충 먹고 살기이고, 나의 소원은 요리하지 않고 남의 손이 해준 음식을 먹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살아가는 내내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 보니 그냥 요리하는 일은 당연히 내가 해야할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싫은 일도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해주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