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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의 물건을 치우며,

by 서은율


우리 집 거실 한가운데엔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우린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고 있다. 이사를 몇 번 했지만, 그럴 때에도 이 큰 테이블은 함께였다. 둘째가 아직 잘 걷지 못할 때부터였다.


아이가 어릴 때, 우린 이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딸아이는 색칠하고 만들기를 좋아했기에 각종 스티커나 장식물, 종이, 펜류를 최대한 많이 구비해 두고 아이가 원할 때마다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거실과 아이의 놀이방에는 아이가 완성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 테이블에서 하는 일들이 바뀌었다. 그림을 그리고 놀던 아이는 이 테이블에서 한글을 배웠고, 독서를 하고, 영어책을 읽고,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 아이들 곁에서 나도 원서를 읽곤 했는데, 독서와 단절된 내가 다시 독서에 발을 내딛게 된 것도 영어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두 아이가 자신이 해야 할 공부거리를 책상에 쌓아두고, 만들기, 종이접기 한 것들도 올려두고, 잡동사니들이 모두 올라와 있는 현재의 테이블. 심지어 간식을 먹겠다고 과자와 물 등을 가져와서 먹으면서 독서를 할 때는 아이들 주변으로 떨어져 있는 과자 부스러기들. 지우개 가루, 잘려나간 종이들.


어느 날, 누군가의 마음 상태 같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정신없는 테이블이 또 있을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물건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보내주고, 예쁜 쓰레기들을 휴지통에 담고, 테이블을 쓸고 닦고 나면 흐뭇했다. 또 거실 복도에 늘어놓은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학교에서 만들어 온 것들을 다 주워 담고 나면 비워 있음이 아름답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몇 시간도 지속되지 못했다.


아이들이 오자마자 바닥에 흩뜨려 놓는 것들에 시선이 따라가다 보면 숨이 꽉 막힐 때가 많다. 그래서 안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런 자잘한 불편함을 안겨주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정리한 그대로 물건이 놓여 있던 옛날의 우리 집이 있었다.


그 집에는 정적만 맴돌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란하고 자꾸만 지저분해지는 우리 집에 애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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