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아이의 종업식날이었다. 6학년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깨우고 단원복을 입혀 보내면서 잘하고 오라고 안아줬다.
수영 마치고 짐 싸는데 필요한 걸 사기 위해 다이소로 향하는 중에 첫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야?"
"응. 노랑이가 사 오라고 한 거 사러 왔어."
"엄마, 나 흐어어어어어엉, 흑흑... 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아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엄마, 나 친한 친구는커녕 여자애 아무와도 같은 반이 안 됐어. 이상한 남자 애 둘만 같은 반이야."
생각해 보니, 아이는 며칠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무리와 5학년이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학교가 코 앞인데도 늘 여러 명이 뭉쳐서 학교에 가고, 집에 오곤 한 것이다.
"네가 얼마나 속상한 지 엄마도 잘 알겠어. 그런데 지금 친구들도 처음에는 몰랐잖아. 마찬가지로 5학년 가면 또 새로 사귀고 친해질 수 있을 거야."
나의 이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집에 왔더니 아이의 눈이 벌겋게 부어 있다.
저녁을 먹고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던 아이가 내 화장대 앞에서 말했다.
"나 너무 불행해."
나도 모르게 공감하는 표정을 싹 거두고, 한 마디 했다.
"노랑아, 오늘은 네가 슬플 수 있지만 내일도 불행할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네가 불행하기로 마음먹으면 계속 불행한 거고, 더 나은 걸 기대한다면 또 즐거워질 수 있어."
거울 속 아이의 눈빛이 살짝 바뀌더니, 이렇게 외쳤다.
"괜찮아! 6학년 때 친한 애들이랑 같은 반 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