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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카페를 찾아서

by 서은율


어제 남편 회사에 하루종일 있었더니 두통이 밀려왔다. 애들 공부 봐주고, 책 두 권을 읽었고, 브런치에 글도 한 편 올렸으니 내 기준으로는 생산적인 일을 한 셈이었다. 믹스커피와 드립커피, 킹피셔(스트롱) 맥주 1캔도 마셨다.



하지만 오늘도 방에만 있고 싶지 않아서, 회사 근처 읍내에 나가기로 했다.


-Mehasana에 가서 있을 만한 커피숍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걸.

-그럼 우리가 갈 만한 곳은?

-Macdonald.


오로지 맥도널드를 위해 차를 타고 30분 거리를 달렸다. 비포장도로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오는 길에 소떼, 낙타 떼, 염소 떼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태국 여행 가서 따로 동물원 구경을 갈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는 도로가의 좌우를 하나씩 맡아서 동물을 세기 시작했는데, 각자 150마리가 넘어가자 그만 시들해졌다. 사람보다 동물 수가 더 많았다.


나는 인도음식을 곧잘 먹는데, Mehasana의 식당에는 육류를 취급하지 않는다. 모두 베지레스토랑뿐이다. 그래서 맥도널드는 소중하다. 적어도 치킨류의 음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작년 1월에 종교적인 날이었는데 맥도널드에서 치킨을 팔지 않아서 슬펐던 기억이 난다.)


치킨버거와 치킨너겟이 입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제 여기에 온 목적대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초코와 휘핑크림이 잔뜩 든 커피가 시각적으로 맛나 보였지만, 단맛은 한 모금으로 족하다. 두 번째 이상 넘기면 확 질려버린다. 그래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고민하다가 일상처럼 카페라테를 선택했다.



우유거품으로 새긴 하트 모양을 보자 마음에 안정감이 찾아왔다.


5~10분이면 먹고 떠나가는 인스턴트 식당에 앉아 사이드 음식을 계속 주문한다. 더 머물러 있고 싶어서다. 흥겨운 노랫소리도 듣고, 인도인의 대화 소리도 듣고,


소음 속에 나 자신을 놓아둔다.


이제 이곳도 키오스크가 인력을 대체해서 직원과 대화할 일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영어를 쓸 일도 많이 줄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기숙사 요리사와는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한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 아침과 퇴근하고 온 저녁에 정말 수다를 많이 떤다. 한국어로 수다 떠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란 걸, 그는 매 순간 그걸 알기에 매일 그렇게 긴 통화를 했나 보다.


아무튼, 커피숍에 오고 싶을 땐 맥도널드 맥카페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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