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애들은 편식이 심한 편이다. 첫째와 둘째가 즐겨 먹는 음식이 다르고, 피하고 싶은 음식도 다르다. 가령, 첫째는 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김치볶음밥을 해준다 해도 질려하지 않고 먹을 아이다. 하지만 둘째는 김치를 입에 대지 않는다. 대신 멸치는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첫째는 멸치를 먹지 않는다. 또 첫째는 우유, 치즈를 달고 사는데 반해 둘째는 둘 다 입에 대지 않는다. 둘째가 젖병을 끊은 이후부터 우유를 거부해 왔으니, 5~6년은 된 것 같다. 어떻게든 먹여보려고 해도 도통 먹으려 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고기반찬, 소시지, 햄류가 있으면 맛나게 먹지만 이것들이 빠지고 야채로만 이루어진 상차림을 보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 간식을 자주 먹는데 미리 많이 사다두면 책 읽거나 영어 영상 보면서 더 자주 먹곤 한다.
몸에 좋지 않은 과자를 입에 달고 사는 게 꼭 내 책임처럼 여겨지는 순간이 있다.
애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제, 야채, 과일 위주로 먹는 거야. 과자 대신 과일을 많이 먹자. 엄마가 이제 과자를 많이 안 사둘 거야. 이삼일에 한 번 사다 놓을 거고, 라면도 일주일에 한 번만 줄 거야.
과일은 과일이고, 과자는 과자였다.
분명 매일 과일을 먹이는 데도, 자꾸 입이 심심하다며 과자를 찾는 거다.
한 번은 내 서재에 숨겨두었던 과자를 꺼내줬다.
분명 집에 과자가 없다고 했는데 엄마가 서재에서 하나씩 꺼내오는 걸 본 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신나하며 껄껄댔다.
엄마가 더 숨겨놨을지도 몰라, 찾아보자.
아니야, 이것뿐이야. 정말 없어.
어제는 둘째가 내 서재에 들어와 나가지 않고 뜸을 들이는 거다.
처음에는 왜인지 몰랐는데 나중에야 알게 됐다.
아이는 혹시 엄마가 과자를 또 숨겨놨나 보러 온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과자를 사 와서 내 서재 밖 베란다 책장 위에 올려두었다. 나중에 꺼내주려고.
과자를 사서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했던 행동들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나는 맥주애호가인데, 한 번에 여러 캔을 사다 놓으면 며칠 가지 않아 동이 나서 남편에게 더 이상 맥주를 사지 않겠다고, 절대 사 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해놨다가 항상 애들이 잘 무렵이면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좀 사다 주면 안 되겠냐고, 너무 어두워서 못 나가겠다고,
그러면 남편은 웃으면서 그럴 줄 알고 미리 사다가 잘 숨겨놨다고,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 트렁크에서 꺼내오곤 했다.
지금은 숨겨놓고 줄 사람이 먼 곳에 있으니, 그냥 마시고 싶어도 참고 안 마신다. 정말 마시고 싶을 것 같은 날에는 한 두 캔만 사 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도 아이들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