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그렇게 말할게, 하타 모토히로

<Life Play List>

by 태오






비가 내리지 않아도

당신을 만나러 갈게요.


일본을 좋아하게 된 건

<언어의 정원> 덕분이다.


중학생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언어의 정원>


왠지 모를

빨간실을 감고 있었고


홀린 듯이 잡아당겨

나의 세상이 넓어지게 되었다.






<언어의 정원>

영화가 원작인 작품이다.


비의 감촉과 함께 펼쳐진 배경은

비의 나라로 초대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나는 비 오는 날의 색깔을

<언어의 정원>으로 채울 수 있었다.


빗소리가 하나씩 다가올 때마다

소설의 페이지가 한쪽씩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다만 46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다 보니

잠시 소나기가 왕창 내렸다가

햇빛이 오기도 전에 끝나버린 기분이었다.


틈 사이에 얻은 여운이

좋기는 했지만, 잔향은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소설로 먼저

<언어의 정원>을 접한 것이 행운이었다.


비가 오는 거리에는

먹구름만 있는 것이 아닌


가로등, 지하철역, 버려진 우산

젖어버린 신발, 빗소리, 차가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거리를

모두와 함께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그림의 잔향이

하타 모토히로의 <Rain>으로 완성된다.


울음소리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렇다고 웃을 수는 없던 빗소리가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거리를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하타 모토히로의 <Rain>을 들으면서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본다.






비가 내려 길이 젖으면

다가가지 못하는 그때가 있겠지만


오히려 비가 오기에

다가오는 잔향도 있기 마련이다.


<언어의 정원>에서

나온 만요슈는 다음과 같다.


천둥소리 조금씩 울려오고

구름 흐리니 비도 오지 않을까 그대 붙잡으련만


이에 대한 답가는...


천둥소리 희미하게 울리고

비가 오지 않아도 난 여기 머물겠소, 그대가 붙잡는다면






비가 내린 후

맑은 하늘의 기적은

사랑과는 멀어 보인다.


비가 내리면서

볼 수 있는 거리의 정적이

오히려 사랑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기에 비의 감촉은

이리도 차갑지만, 그래도 따뜻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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