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진짜 병 안 걸렸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잠

by 잠전문가

"엄마, 아프죠? 많이 아파요?"

"엄마 얼굴이 이상해요. 병 걸려서..."

아이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잠에 막 들려다 깼다.

자다가 대성통곡을 하거나 꿈을 꾸는지 낑낑거린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나 또박또박한 잠꼬대는 또 처음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런데 들어보니 꿈의 내용은 안타깝게도 '병에 걸린 엄마'가 주제였... 다. (어흑) 그날 아침에 누가 병으로 죽었다는 얘기를 남편과 했는데 옆에서 무슨 병에 걸렸냐, 병에 걸리면 죽느냐 여러 가지를 묻더니 마음에 꽤 담아놨었나 보다. 아이는 정말이지 애타고도 슬픈 목소리로 꿈속의 엄마를 걱정하고 있었다. 마음이 찡하게 아려왔다.


왜 드라마에서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곤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두렵다. 이 행복이 끝나버릴까 봐" 이런 류의 말들을 하지 않는가. 남편과 연애하며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는 수없이 했다. '남편과 나, 아이 우리 셋 중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아프게 된다면... ', '불가항력의 사고를 만나게 된다면...' 사람 일이란 어느 것 하나도 장담할 수 없다. 가정을 꾸리고 나니 그런 가정들을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쿵 내려앉고 만다.


아이의 작은 등을 바라보고 있자면 기특하고, 짠하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계속 꿈을 꾸는지 울먹거리길래 마음 예쁜 우리 꼬맹이에게 살살 속삭였다.

"엄마 안 아파. 병 안 걸렸어. 오래오래 울 애기랑 같이 살 거야."

아이는 꿈에서 완전히 깼는지 안 깼는지 "정말? 엄마 병 안 걸렸어?" 묻곤 다시 잠들었다. 자는 아이 옆에 누워 눈물 먹으며 아닌 밤 중에 신파 드라마를 찍고 그렇게 새벽 두 시. 아이는 다시 일어나 내 얼굴을 들여다보곤 "엄마 정말 병 안 걸렸죠? 엄마랑 오래오래 살 거야." 말하고 또 누웠다. 자다가도 다시 내 옆구리에 찰싹 살을 맞대고는 엄마가 옆에 있는지, 신체 건강한지(?) 여러 차례 확인했다.


마음이 벅찼다. 엄마가 되고 나서 늘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야말로 나를 너무나 맹목적으로, 노골적으로 사랑해왔던 것이다. '해줘야 하는 것', '해줄 수 있는 것'... 엄마의 의무에 골몰하느라 나를 반짝이는 눈으로 모든 순간 바라보고, 안기고 안아주는 아이의 사랑을 알아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아이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고 자백한다.


안을 수 있어 행복한 나날들이다. 힘을 내라 척추여! (집나간 허리를 찾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존재를 이렇게 원하고 있다는 것에 충만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물론 나의 부모님과 남편도 그런 마음이겠지만 (그, 그런 마... 음이지, 남편?) 어른에게 받는 은근하고 깊은 사랑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애가 닳는 아이의 순진하고 힘이 센(?) 사랑은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그날 나는 세상 가장 행복한 선잠을 잤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밤이다.




+


오늘도 근력과 유연성이라곤 개미 눈물만큼도 없는 몸을 채찍질하며 헬스 어플의 동작을 따라 해 본다.

후회 없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운동하자. 애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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