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는 말 금지!

by 잠전문가

피식

푸하하

깔깔깔깔


유년기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웃을 일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은 엉뚱하고 재치 있다. 그리고 어떤 철학자보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세상일에 익다 못해 물러져가는 부모에게 유년기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축복이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비기너는 매 순간 자신만의 빛나는 발견을 낚는다. 나는 종종 아이의 기가 막히는 말들, 눈부시게 빛나는 말들을 놓칠세라 허겁지겁 주워 담는다. 지금 아니면 듣지 못할 아이의 생각들이 소중해 보화를 품듯 마음에 고이 담고 자꾸만 들여다본다. 그것이 비록 똥, 방귀 같은 냄새나는 단어들로 점철되어 있더라도.



아이는 귀엽다는 말을 싫어한다. 같은 맥락으로 본인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는 것도 질색한다.

자기는 모든 일에 진지한데 왜 여기서 '귀엽다'는 평이 나오냐는 것이다. 귀엽다는 말을 '어리숙함, 어설픈 데서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동일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고 너무 귀엽다고 감탄하자 아이는 실망한 표정이다. 본인은 멋있다고 생각해서 입었는데 그저 맨날 귀에 박히도록 듣는 귀엽다는 말로 하향 평가(?) 받았다고 느낀 걸까. 아이가 안 그래도 청바지를 즐겨 입지 않아서 내 나름대로 큰 반응을 해주며 칭찬했는데 아이는 다시 자신의 유니폼(쫄쫄이 레깅스)으로 돌아갔다.



"청바지 입는 거 싫어. 청바지 입으면 귀엽다고만 하잖아. 어른들은 귀엽다고만 해."

며칠 후 아이는 옷을 입으며 이렇게 말했다.

'귀여운 게 어때서. 사랑스럽고 예쁘다는 말인데.' 아이한테 이런 말을 해주려다 꾹 눌러 삼켰다.

너를 귀여워하는 마음은 길 가다 만난 강아지를 귀여워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 사랑의 콩깍지가 씌여있어서 엄마는 네가 무슨 짓을 하든 귀여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구구절절 읊으려다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2.jpg 나 15년 양띠. 귀여움을 거부한다!


아직 태어난 지 만 여섯 해도 안된 아이는 내 눈에 아기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자기는 여섯 해나 세상을 살아본, 어엿한 생활인인 것이다. 시행착오는 좀 있지만, 엄마 아빠보다 못하는 것도 많지만 이제 젓가락질도 수준급인 데다 철봉은 이십 초도 넘게 매달려있을 수 있는데! 엄마보다 다리 찢기도 잘하고 아빠보다 색종이 접기도 잘하는데! 그런 내가 왜 사사건건 귀엽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엄마 배에 대롱대롱 매달려 어설프게 손을 흔드는 옆 집 아기한테나 하는 귀엽다는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하는가.



잠시 귀엽다는 말과 웃음에 치를 떠는 아이의 마음이 되어본다.

남편과 나는 당분간 아이에게 귀엽다는 말을 자제해보자고 얘기했지만 그 말 도중에도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어쩌지 못했다. 고역이다. 이건 마치 발바닥을 간지럽혀놓고 웃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고문 같다.

정도가 심할 때는 노래를 부르거나 본인만의 예술작품을 만들 때 엄마 아빠의 흐뭇한 웃음을 마주하면 좌절하며 흐느끼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요즘 내 육아 생활은 새어 나오는 재채기를 참다 참다 괴기한 소리로 컥컥거리는 모양새다. 모든 어린이가 알았으면 좋겠다. "##이 때문에 웃는다"라는 엄마 아빠의 말이 자신을 기분 좋게 하거나 예뻐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닌, 진심 중의 진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린이 여러분. 케케묵은 옛날사람 말을 덧붙여봅니다.

삼십 살 더 먹어보세요. 귀엽다는 말 들으면 어깨를 들썩이며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내가 좀 못하는 것에 대해 귀엽게, 애교로 봐주기를 얼마나 바라게 된다고요. 뭘 해도 귀여운 니들은 몰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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