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래서 뭐!

외모지상주의의 한복판에서 외치다

by 잠전문가

솔직히 나는 뚱뚱하지 않다. 통통하지도 않다.

그저 옆구리와 허벅지 안쪽에 귀여운 군살들이 붙어있을 뿐. 사람 몸엔 날개뼈라 불리는 견갑골이라는 게 있다는데 아무리 등을 오므렸다 펴도 두툼한 가죽에 덮여 잘 보이지 않을 뿐.


그런 내가 요즘 다이어트를 한다. 이십 대에는 운동은커녕 매일같이 술을 마셔도 군살 하나 없었고 다이어트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었으나 아름다움을 떠나서 이제는 살려고 식단을 조절하고, 살려고 요가를 하고 걷는다.

뭐, 바디 디자인까지는 아니고 조금 더 가뿐한 몸 상태를 만들고 싶은 정도랄까. 심미적인 목적은 차치하고 내 평균 체중을 많이 넘어서면 호르몬 주기부터 틀어지고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해진다. 평소보다 몸이 무거워지면 자꾸만 더 늘어지고 심리적으로도 쳐지기 시작한다.


나는 배고프면 뭐라도 먹는 편이고, 그다지 음식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 두 끼 저칼로리 메뉴를 먹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을 때는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고 나는 다이어트식을 먹는다. 다만 다이어트를 하며 고민이 생겼는데, 그것은 아이가 '몸매', '살'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갖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1.jpg 빨간 색연필만큼 충격과 공포의 일기 _ 엄마는 살이 만이 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살을 조금 빼려고 한다고 말해주었지만 닭고기와 야채를 먹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본인은 마른 체형이라며 여러 번 말하기도 했다. (아이는 내가 보기에 딱 보통의 체형이며, 검진 시 정상과 과체중 사이라고 나왔다.) 너는 그냥 적당한 정도며, 마르다고 더 좋을 것도, 통통하다고 나쁠 것도 없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건강하고 행복하면 외모가 어떻든, 뭘 잘하고 못하든 상관없다고.

편견 없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어려웠다. 그냥 다이어트하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건데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지 고민해야 했고, 외모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심어줄까 많은 순간 걱정됐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같이 티브이를 보다가 누군가를 예쁘다 누군가를 별로다 얘기하는 것. 특히 '몸이 좋다는' 말을 쉽게 하는 것. 좋은 몸이란 무엇인가. 섬세한 조각처럼 갈라진 근육과 슬림한 라인의 몸은 좋은 몸인가? 건강상으로 아무 이상이 없어도 살이 쪘거나 모델과 동떨어진 비율의 몸은 나쁜 몸인가?

이런 생각으로 아이에게 편향된 시선을 심어주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습관은 무서웠다. '몸이 좋다.' '머리가 작다.' 버릇처럼 내뱉던 외모 평가적인 말들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내뱉고 나서야 뒤통수가 뎅하고 울려왔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얼굴이 작다는 것이 전혀 칭찬으로 듣지 않는다고 했다. 도대체 그런 말을 왜 하는 건지 피실험자들의 의아한 표정이 생각난다.


뭐 그 정도 말로 그렇게 큰일난 것처럼 동동거리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외모를 평가하는 말들을 쉽게 듣고 자란다면 여전히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성형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성형수술을 하고, 거식증에 걸리고, 여전히 외모에 대한 편견 때문에 힘들어할 것이다. 외모지상주의의 사회에서 언젠가 한 번쯤 괴로워봤다면, 자신감을 잃어봤다면 우리는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그런 외모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예전에 처음으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여자 아나운서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게 화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놀랐었다. 작은 것들부터 고심해야 조금이라도 바꿀 여지가 있다.




여전히 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이가 "엄마, 우리 반엔 @@이는 네 살 동생처럼 작아." 하면 사람마다 키는 다 다르고 커서 좋거나 작아서 나쁜 것도 아니라고 말해 놓고는,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에겐 "일찍 자야 키가 쑥쑥 크지!"라고 엄포를 놓는 사람.

남편과 웬만하면 외모를 평가하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해놓고 예능을 볼 때면 십 분에 한 번씩은 얼굴이 작다거나 되게 하얗다거나 그런 말들을 늘어놓는 사람. 하지만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 그냥 키재는 판 같은 거 다 없었으면 좋겠어. 회사에서 만들지도 말고."

"왜?"

"그냥, 키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키가 뭐, 그게 그래서 뭐!"


아이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은 "그게 그래서 뭐!"다. 맥락상 '그게 뭐 어때서' 정도의 뜻인 것 같다.

그래, 네 말이 맞지. 키가 크든 작든, 살이 많든 적든 그게 그래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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