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찍기
"근데 엄마는 어디 있어?"
아이는 자기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마다 종종 묻는다. '사진마다 나만 있고, 왜 엄마는 없을까?' 아이다운 질문이다. 보통 "앞에서 너 찍고 있었지!" 하고 마는데 오늘은 아이의 질문이 뭔가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는 항상 같이 있는데, 왜 네 앞에서 연신 셔터만 눌렀을까? 마치 조금 지나면 사라질 것을 애타게 담는 것처럼... 사진첩을 보면 같은 배경, 같은 구도의 아이 사진이 수십수백 장이다. 그나마 같이 찍은 사진은 여행 갔을 때가 대부분이다. 마음먹고 같이 찍자면 셀카도 있고, 휴대폰 삼각대를 샀을 수도 있었는데 왜 같이 찍은 사진은 이리도 없을까?
정신없이 찍어 바른 쿠션 색상명이 혹시 허니머스터드였을까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누렇고, 머릿결은 과연 밀림의 왕, 그마저도 모자로 눌려있을 때가 태반이다. 생후 43개월과 395개월의 낯빛 차이는 거의 낮과 밤 수준이다. 반짝거리는 아이를 보며 잠시 나의 누추함을 잊는다. 세상 거적때기를 입혀놔도 빛이 나는 아이를 보며 흐뭇한 셔터질을 반복할 뿐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나는 죽고 애미로 사는 삶'이라며 투덜거렸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나 자신이 이제는 좀 물러서도 되는 삶, 그런 존재라고 은연중에 여기고 있었던 것 아닐까. 조금은 서글퍼졌다. 이건 미의 기준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존중하고 있느냐의 문제였다. 꼭 외모를 가꾸는 것만이 자기 존중의 방법은 아니겠지만,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은 본인 외모가 어떻든 일종의 만족감을 가질 것이라는 부분에서 좌절감이 들었다. 남편과 아이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사랑받기 원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마뜩잖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찍을 때 어플 쓰지 마세요"
우연히 스타강사 김미경 씨의 강연을 짧은 클립 영상으로 보게 되었다. 주름 보기 싫어, 피부 마음에 안 들어 많이들 '사진 보정 어플'들을 쓰는데, 그녀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내 주름, 내 세월의 흔적, 지금 이 순간 내 얼굴을 사랑하라고. 그 모습을 열심히 남기라고. 왠지 마음에 와 닿는 말이었다. 원래도 안 찍으면 안 찍었지 보정 어플은 내가 아닌 것 같아 잘 쓰지 않는 편이지만 말이다.
거울을 본다. 그래, 이게 내가 아이를 키우고 지금을 사는 내 모습이지. 종일 아이의 친구가 되고, 엄마가 되고, 선생님이 되는 너의 삶, 충분히 충만해. 거울 속 나와 아이 컨텍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준다. 일말의 저항도 없이 중력을 받아들이는 그 순순함(?), 아름다워. 열심히 피고 열심히 저무는 자연처럼 나도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로 깊고 진하게 여물어 가자. 오늘의 나를, 내 모습을 더욱 사랑하기로 다짐해본다. 또 엄마 말고도 나 자신으로 성장해 갈 다음 계절을 기대해본다.
+ 더불어 아이가 커서 자기 혼자 있는 사진을 좋아할까, 나와 남편이 함께하는 사진을 좋아할까 생각하니 당연히 후자다. 올 해는 열심히 함께하는 사진을 남겨야겠다. 지나 보면 매일이 아름다운 날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