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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전문가 Jan 31. 2019

엄마 인간은 모두 강해야 하나요?

노력하는 엄마로 충분한 것 아닐까?

"엄마는 겁이 많아서 나 못 지켜줘!"

"아니야~ 엄마 너 지켜줄 수 있어. 엄마 용감해!"

"엄마 물에 둥둥 뜨는 것도 못하잖아. 그러니까 용감하지 않은 거야!"


뭐여? 저거 지금 애미 못믿는거여?!

...가 아니고, 그냥 조금 충격이었다. 

아이는 두려운 상황(그저 깜깜한 저녁이 되었고, 밖에서 뭔 소리가 들린 모양)에서 엄마가 자기를 지켜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빠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칭얼거리며. 아이야 단순히 체격도 더 크고, 힘도 더 세니까 아빠가 본인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해졌다. 

'나, 못 미더운 엄마인 건가?'


요즘 근린공원에서 운동에 열을 올리던데... 혹시 그런 이유로..?!


태생이 쫄보라 주로 남편과 운전 연습을 하거나 바다나 수영장에서 무섭다거나 겁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던 것 같은데 아이가 그걸 보고 엄마는 겁이 많고 씩씩하지 못하다 생각한 것 같다. 

구부러지느니 부러지고 마는 대쪽 같은 성격인 데다 융통성은 멍멍이 준 지 오래라 이런 척 저런 척은 잘 못하는데 그건 아이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하지 않은데 강한 척은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남편한테 이야기하듯 아이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건 솔직이 아니라 무책임이었을까? 아이는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할 존재'가 필요할 텐데 말이다. 이럴 때면 인생이 슬쩍 뒷장의 해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제집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답이 아닌 힌트라도 좀. 


아무튼 나의 사소한 행동과 말들이 아이에게 미덥지 못한 엄마가 되리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슈퍼우먼급인 엄마들은 보통 본인의 사사로운 감정은 잘 드러내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하지 않아도 될 감정 표현까지 했던 걸까?


으레 '엄마는 강하다'는 표현들을 많이 쓴다. 

아파도 마음대로 아플 수 없고, 지쳐도 힘을 내야 하는 강철 인간, 엄마. 으깨면 으깨지고 누르면 눌리는 두부 멘탈, 슬라임 멘탈에 체력도 최약체인 나로서는 정말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강철 인간 엄마'는 사회가 원하는 신화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엄마들을 옥죄고 담금질하는...) 


강철엄마는 이미 글렀고... 그렇다면 물렁 대장인 내가 엄마로서 보여줄 수 있는 용기와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그건 '전엔 잘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엄마', '하다 보니 이제 제법 하는 엄마'가 되는 것. 그게 겁 많고 유약한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아이에게 신뢰를 줄 수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다. 마치 20시간 유료로 도로 연수를 받고도 남편과 주말마다 도로연수를 하는, 출애굽기 못지 않은 나의 초보 탈출기처럼... (아직 탈출 못함) 

하지만 예전만큼 물러 터진 마음을 먹지는 않을 테다. 이제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 아이가 있으니 말이다. 아이로 인한 희생도 많지만 아이로 인해 갖게 되는 용기와 다짐 또한 셀 수 없다. 아이와 사소한 감정을 나누며 도전하고 넘어지고 또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일단 봄에 시간이 생기면, 물에 뜨는 엄마가 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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