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전문가 Apr 12. 2024

하루의 배경 기분을 잘 세팅하고 싶다면

아! 아! 아! 아침을 먹읍시다

언제나 그렇듯 하릴없이 SNS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댄스 챌린지와 꽃놀이 명소 추천, '이것' 모르면 인생 망해요 류의 반협박 콘텐츠들 사이에서 운 좋게도 멋진 말을 건졌다. 바로 '배경 기분'이라는 단어다. 대홍기획 AP 노윤주 님의 인터뷰였는데, 그녀는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 동력에 대해 말하며, 아침 운동을 하고 나면 그날의 '배경 기분'이 만들어져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회사동료의 말을 소개했다. 


그렇다. 아침에 만드는 그날의 배경 기분이란 정말이지 중요하다. 어린 시절, 한겨울인데 창문을 활짝 열며 일어나라고 소리치거나 등짝을 때리며 깨울 땐 떠오르는 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초등학생의 엄마가 되었으므로 그 시절의 엄마를 백번 천 번 이해하지만 내 아이만큼은 최대한 기분 좋게 눈을 뜨도록 뽀뽀와 마사지, 텀을 두고 여러 번 깨우는 등 최대한 기분 좋게 깨우려고 노력한다. 

'배경 기분'이라는 말이 특히 와닿았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지난달부터 이른 아침 학교 운동장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운동으로 하루의 배경 기분을 세팅할 수 있다는 것을 절절히 실감하고 있다. 근육이 기분 좋게 이완된 느낌, 적당히 예열된 몸, 씻고 나와 보송해진 상태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근사한 일이다. 언제나 시작은 기똥차고 마무리는 가냘픈 나로서는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새벽 운동만큼은 할 수 있는 한 나의 평생 루틴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다. 




운동 말고도 우리 집 식구들의 배경 기분을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장치가 있는데 그건 바로 아침 식사다. 남편이나 나나 평생 아침을 먹어왔기 때문에 아침밥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지킨다. 심지어 새벽같이 헤어메이크업을 받으러 가야 했던 결혼식 당일에도 새벽에 홀로 일어나 엄마가 끓여둔 국에 밥 말아먹고 출발한 나다. 기상시간은 꼭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을 여유를 생각해 정하고, 시간이 촉박해도 뭐라도 주워 먹고 나간다. 

아침식사의 중요성이야 뭐 건강 뉴스에 마르고 닳도록 나오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씹는 행위를 통해 뇌를 깨우고,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를 공급한다. 또 점심 저녁의 폭식을 예방할 수도 있다. 모종의 체중 조절을 도모하고 있는 내가 말을 덧붙이자면, 하루 중 가장 푸짐하게 먹어도 죄책감이 덜 한 때가 바로 아침 식사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모델 홍진경 님도 아침은 누구보다 푸짐하게 먹는다고 했다. 속이 불편해서 아침에 많이 못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이어터라면 아침을 노려 먹고 푸짐하고 만족스럽게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아침 식사의 장점 한 가지는 식구들과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뭐 아침 댓바람부터 심오한 이야기를 나누진 않는다. 기껏해야 "아, 오늘도 영어수업 있어. 짜증 나."(...)라든가 "주말에 비 안 온대. 어디 갈까?" 따위다. 아이스브레이킹 하듯 사소한 말들을 내뱉으며 식사하는 것뿐이지만 그러다 보면 정말 웃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한바탕 웃거나 피식거리며 마음을 예열할 수 있다. 긴장은 비우고 속은 채우는 것이다. 남편이든 아이든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조금의 긴장은 있을 것이다. 동료나 친구와의 관계, 그날 해야 할 일과 내야 할 성과... 그런 것들을 전부 다 꺼내어 나누진 않지만 그래도 대화로 이런저런 마음을 푸는 것은 아침운동처럼 좋다. 한 식탁에 잠깐 모여 앉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하루를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그라운드에 뛰어들기 전 숟가락을 들고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치는 거다. 



아침에 뭔가 먹는 게 부담스럽다면 그저 물 한 잔 마시며 잠깐 마주 앉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많이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이런 시간도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으로 하루의 배경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일 아닐까. 자기 전에 아침에 기분 좋게 먹을 만한 음식을 마련해 놓고 자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뭐가 되었든 배를 채우고 마음을 채우는 아침 식사로 그날의 배경 기분을 세팅해 보자.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생이라는 놈이 늦은 오후쯤 뒤통수를 가격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은 내 것이니까. 내 아침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