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두 번 살게 하는 육아 라이프

사실은 그냥 자전거 처음 탄 이야기

by 잠전문가

지난겨울부터 아이는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는 진리를 몸소 가르치고 있는 우리 부부는 자다가도 원하는 것을 외칠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사주지 않는데(!!) 마침 지역 중고마켓에 딱 적당한 자전거가 저렴히 올라와있는 것 아닌가!

자전거를 사 오기로 한 엊그제 저녁, 꼬마는 아빠의 퇴근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도착한 아빠가 빨리 저녁밥을 마실 것을(?) 종용하더니 부리나케 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한 생명체의 수많은 처음을 지켜보는 행복이란!


처음에는 발 구르는 것을 어려워하더니 금방 "왼발~ 오른발~" 노래를 부르며 곧 잘 앞으로 나간다. 해는 슬그머니 물러서고 연보랏빛 하늘 아래서 선선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달려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왠지 뭉클하다.

'언제 커서 자전거를 다 타나!'

제 발로 땅을 딛는 느낌조차 낯설어 허둥지둥하던 아기는 보란 듯이 자전거 페달을 구르고 있었다.


부모라면 주기적으로 느끼는 '언제 커서...'의 감격.

처음 만난 세상에 호기심반 두려움 반으로 눈을 꿈뻑이던 아기를 조심스레 안던 부모는 거칠 것 없이 자라는 아이의 모든 처음에 감격한다. 첫 이유식, 첫걸음, 첫 물놀이, 처음 먹는 종류의 음식, 첫 어린이집...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감탄의 연속이다. 육아의 수고야 말하자면 입 아프지만 그것을 상쇄시킬 만큼 아이의 성장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엄마로 살다 보면 두 번 사는 기분이 든다.

아이를 보며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희미한 기억 속의 어린 내가 생생히 되살아나 아이와 같이 신나하고 같이 슬퍼한다. 아이와 함께하다 보면 뭔지 모를 감정에 문득 벅차오를 때가 있는데 바로 그런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또 엄마로 사는 나를 보며 엄마를 떠올린다. 티없이 웃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일에 똥고집도 부렸을 어린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때론 모르겠어서 고맙고 미안하다.


아이를 키우며 우스갯소리로 십 년은 늙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로 인해 두 번 살고 있다. 더없이 빛나는 시간이다.





아, 그래도 둘째는 읍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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