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박 2일 캠프에 갔다

너 없는 하루

by 잠전문가

아이가 1박 2일 캠프에 갔다.

세상에 1박이라니! 엄마 없이 1박이라니!

출발한 지 한나절이 지났는데, 벌써 저녁으로 향하는 늦은 오후를 보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방 메고~ 모자 쓰고~ 신나게 간다."

아이는 며칠 전부터 정체모를 노래를 부르며 들떠 있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캠프를 기다리며 지어 부른 노래 같다. 캠프 파이어 시간엔 춤도 추기로 했다며 짧고 통통한 손가락을 연신 하늘로 찔러댔다.


'허! 요것 봐라.'

내심 "엄마 없이 자면 눈물 나서 오또케" 류의 어리광을 듣고 싶었던 건지 신이 나서 흔드는 엉덩이가 얄미워 보이기까지 한다. 몇 달 전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하며 어린이집 앞에서 우는 아이를 안심시키던 나는 어디 가고... 변태도 이런 변태가 없지 싶다.


그렇다. 아이는 엄마 없이 한 시간도 견디기 힘들던 아기 시절을 지나 어느새 친구와 여행을 떠날 줄 아는 나이가 되었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젖먹이 아기 엄마에 머물러 있었다.

잠깐 자는 낮잠도 엄마 배에서 떨어지면 으앙 울음을 터뜨리던 날들, 전화 너머 우는 소리에 황급히 뛰어가던 귀갓길, 엄마가 보고 싶어 밥도 안 먹었다는 어린이집 적응기간... 때로 나만 찾는 아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중에서


네 시.

가만히 식탁에 앉아 거실을 바라본다. 세 시쯤이면 마음이 바빠 밥을 안치고 간식을 준비하고 데리러 갈 채비를 하던 시간이 텅 비었다. 늦은 오후의 집은 고요하다.

이제 나는 아이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하루하루를 응원하고, 필요할 때 안길 수 있는 품이 되어야 한다는 명징한 깨달음과 함께 약간의 쓸쓸한 마음이 조용한 집에 둥실둥실 떠다닌다.


친구들과의 신나는 하룻밤을 보내고 오면 아이는 한 뼘 더 커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는 시간이다. 아이가 자기 삶을 찾아 떠날 날(아직 세자면 많이 남은 날들이지만), 속절없이 다가올 그 날을 준비하며 아이를 잘 독립시키고 나의 남은 시간을 잘 가꿀 다짐을 해본다. 수첩에 앞으로 해야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끄적이며 어두워지는 저녁을 맞는다.


그래도, 그래도

나의 작은 참새야,

조금 더 엄마의 시간에 머물다가렴.







방금 전 다짐과는 다른, 조금은 질척이는 마무리와 함께...

뭘해도 어색한 하루가 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로의 자랑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