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둘째아이 등교길은 근처 둘레길을 한바퀴 돌며 마무리 한다. 아침 산책은 언제부턴가 루틴이 되었고, 짧은 산책이긴 해도 그시간에 얻는 에너지로 하루를 또 버틸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어제는 주말을 보내는 동안 찾지못했던 산책로의 색이 바뀐걸 느꼈다. 울긋불긋하던 가을색들이 점점 빛을 바래고 저만치 지나가고 있음을 말해 주고있다. 그순간 마음속 파고드는 스산함이여. 알록달록 했던 가을을 못내 못보내는 마음이 앞서고 있다. 그렇다. 본격적으로 가을을 탈 예정이다. 마음이 센치해졌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띄는 나무가 있다. 온통 푸른색의 한여름을 연상케하는 단풍나무가 가을숲의 이단아 같아보였다. '다들 물들여 낙엽 떨구기 바쁜데 너는 아직 한여름이니' 마음속으로 한마디 건넸다.
이러다 일교차가 더 벌어지는 어느날. 푸른잎 그대로 서리맞는거 아닌가하는 나만의 걱정속에 푸른 단풍잎이 세삼 씩씩해 보였다.
저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낙엽이되어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속에 자기만의 속도로 계절을 받아들이고 있는게 아니던가. 조급해하지 않아보여 더 당당해 보이는 단풍나무의 모습에 속도가 아닌 방향성을 잃지 말자며 가을 지나면 겨울 아니던가!
가을의 끝자락에 기대어 보내려는 아쉬움은 오롯이 내 몫인것을. 다음에 만날 가을엔 내가 어디쯤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