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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0. 2021
우유 생애 첫눈
펑펑 내리는 함박눈에 동심이 뚫고나와
지난 토요일 오후부터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일기예보에도 많은 눈을 예상한다고 했는데, 며칠 전부터 추워진 날씨는 눈 오기 전을 알리듯 바람이 칼날 같았다. 오전엔 눈 올 거 같지 않은 평범해 보이는 날씨가 점심이 지난 시간쯤 점점 스산해지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말씀하시길 '딱 눈이 올 날씨였다'
통유리 너머로 한두 개 떨어지던 눈송이들이 잠시 후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창가에 기대어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도로에 닿자마자 녹아버릴 거 같은 눈들은 추운 날씨 덕에 어느덧 쌓이기 시작했다. 가로수 나뭇가지에도 건물 담장에도, 옥상에도, 간판 위에도, 내가 보고 있는 세상 구석구석 함박눈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펑펑 내리는 눈송이를 불멍 하듯 눈 멍하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지금쯤 무엇을 할까? 일하는 동안은 보안 차원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시간이 지나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퇴근시간.
쌓인 눈만큼 아이들도 반려견 우유도 즐거운 시간이 담긴 사진이 도착했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거절할 동심은 없다. 덩달아 우유도 첨 맞이하는 첫눈이 아니겠는가!
한참을 뛰어놀던 아이들이 눈 위에 눕기까지 했다고 한다. 순간을 담은 사진 속에 일하는 동안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끼리 첫눈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참을 놀던 중 우유는 젖은 옷 때문일까? 처음과 달리 많이 추워했다고 했다. 덜덜 떠는 거 같아 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하게 목욕도 시켜주고 젖은 옷도 갈아입혀 주었으니, 우유가 바라본 눈송이들은 또 다른 세상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나의 유년시절 마당에 '파피'라는 삽 삽 믹스견을 키웠었다. 눈이 오면 파피는 눈을 향해 짖곤 했다. 밤사이 어른 허벅지까지 쌓인 눈들을 보기엔 어렵지 않은 곳에서 살아온 그때. 눈만 오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고립이란 단어가 몸으로 익혀지는 순간이었으니, 전화도 전기가 먹통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보기엔 아름다워 보이는 하얀 눈이 쌓이면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게 보였다. 눈의 무게를 못 견디고 쓰러지는 앞산, 뒷산 나무들, '콰르르르'소리가 나면 아버진 말씀하셨다. "어허~이 또 나무가 쓰러지네'라고 말이다.
밤사이 엄청난 눈을 쏟고는 후에 맞는 아침이란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세상이다.
이 순간 제일 신난 건 파피였다. 장난 삼아 마당 한가운데로 파피를 던지면 푹 빠진 파피가 헤집고 나오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고립은 되었어도 온전히 겨울을 즐기며 살 수 있었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으니, 그땐 지긋지긋했던 그 속에 눈들이 여전히 그립다.
우유와 함께한 아이들도 쌓인 함박눈만큼 이야깃거리도 쌓이리라 믿는다. 강아지나 아이들이나 어른인 나나 설레게 했던 하얀 함박눈! 펑펑 내려주어 고마웠던 주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