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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Dec 30. 2021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그립습니다.

며칠 전 첫째 아이로 인해 인연이 된 친한 언니들 톡방에서 톡이 올라온다. 3년 전 오늘이라면서 그사이 우리 아이들이 이러 또 컸다면서 아이들 성장에 또 수다가 이어졌다. 이젠 나보다 훌쩍 커버려 놀랍다는 둥, 한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바쁜 언니들의 수다가 사진 한 장에 그때를 떠올리며 얼마 남지 않은 초등학교 생활에서 느끼는 세월의 무상함도 이젠 사춘기라 부모 뜻대로 커주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었다.

3년전 아이들이 만든 케이크들



사진첩의 사진은 알록달록 맛난 딸기와 간식이 꾸며진 각자의 케이크에 저마다의 솜씨를 한껏 발휘한 장식이 가득 차 있었다. 연말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뭔가 이벤트를 하고 싶은 마음에 케이크 시트를 준비하고, 생크림을 휘핑하며 자리를 마련하게 된 이날의 기억이 아직도 북적북적 정겹기만 하다.


누구의 케이크가 더 잘한 게 중요한 게 아닌, 각자의 개성대로 꾸미고 싶은 대로 아이들은 제법 자신의 케이크에 집중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재잘재잘 아이들은 저마다 케이크를 꾸미느냐 바빴고, 옆에서 지켜봐 주며 보조해주는 엄마들의 모습도 연말이 풍성했었다.


함께할 수 있고,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았던 그 소소한 일상이 코로나를 겪고 있는 현재 그립다. 코로나라는 팬데믹 속에 시간은 여전히 유유히 흘러가고 우왕좌왕하던 초반과 달리 지금은 나름대로 적응하며 또 살고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추억이 되어 다시금 미소 짓게 해 주었다.



오늘따라 첫째 딸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마음이 중학교를 입학하는 마음과 교차되어 떨린다고 했다. 며칠 안 남은 올해도 다가올 새해도 여느 해보다 더 새롭게 느껴질 거 같다면서 말이다.


코로나 이전엔 아이들과 시끌벅적 보냈던 이야기들이 방울방울 추억이 되고, 이젠 아이들이 스스로 추억을 만들며 시간을 내어 소중히 하려는 마음이 보인다.


함께 모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누구의 눈치 볼일도 없던 그 평범했던 일상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어색해지고 백신을 맞아야 편한 마음이 드는 지금과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살게 되었지만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후에야 평범함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고 있는 지금이다.


일상의 추억들이 단단한 마음의 근력이 되어 때로는 힘든일이 있어도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어 볼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나아갈수 있기를 바래본다.


올해의 끝과 새로이 다가올 새해를 위한 시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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