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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Jan 03. 2022

오늘 저녁상은 배추가 주인공

치자에 곱게 물들인 배추전

친정에서 주신 알배기 배추가 몇 포기가 눈에 뜨인다. 저녁 뭐해먹지? 끊임없는 먹거리와의 고민에서 오늘은 배추 너로 정했다. 일단 멸치를 육수를 내고, 된장 한 스푼 풀어 배춧국을 끓여본다.

싱크대를 뒤척이다 부침가루가 없다. 마음이 급해지는 저녁시간 둘째를 불러 심부름을 부탁했다. 다행히 둘째는 갖고 싶었던 게 있던 모양이다. 흔쾌히 부침가루 사다 주겠다며 자신에게도 한 가지 살게 있다는 것을 말한다. 흥정이 완성되고, 둘째는 신나게 슈퍼를 다녀오며 자신이 갖고 싶었던 오뚝이 장난감을 하나 더 들고 들어왔다.



그사이 냉동실 치자열매를 물에 풀어 부침가루가 오기를 기다리며 노란 물을 만들어 놨다. 핸드폰에 티링~하고 카드결제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둘째가 현관문을 열고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건네받은 부침가루를 반죽하기 바쁘다. 적당한 크기의 배추들도 골라놓은 상태. 이제 반죽에 퐁당시켜 적당히 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부쳐준다.


앞뒤 노릇노릇 부쳐낸 배추전. 치자에 물들인 덕에 더욱 먹음직스럽다.


사실 난 결혼 전까지 배추전을 먹어보지 않았다. 경상도가 시댁인 시어머니표 배추전을 마주한 건 설 명절 음식을 준비하면 서다. 치자에 곱게 물들여 노릇노릇 부쳐내신 배추전이 금방 부쳐먹는 맛이란 신세계였다.




친정은 강원도.

친정에서의 배추전은 묵은 김치를 물에 씻어내고 하얗게 된 배추김치를 길게 찢어 띄엄띄엄 눕히고 그위로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만들어 낸다. 강원도식 메밀전을 보면 메밀 대신 밀가루 반죽으로 대체해 강원도식 배추전은 메밀전과 닮았다.


경상도식 배추전이 결혼 후의 나의 배추전이되었다. 다행히 신랑이 잘 먹어주니 반찬을 해도 신이 나게 할 수 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배추전이 기름 맛을 머금고 맛이 없을 수 없다.


알배기 배추가 제철인 요즘 한동안 배추전과 배춧국, 배추 나물 등등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어릴 때 친정엄마가 겨울이면 그렇게 끓이시던 배추가 식재료가 된 음식들을 내가 살림을 하고 보니 배추를 이리도 해 먹고 저리도 해 먹고 있으니, 엄마의 모습이 보여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때마다 엄마를 닮아가고 있는듯 하다.


오늘 저녁상은 배추가 다했다.

챙겨주신 배추 잘 먹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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