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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Feb 26. 2022

시금치 사랑

'시'자 들어간 시금치에 정성과 사랑 한가득


택배가 도착했다. 박스 안에는 쌀, 양파, 우엉김치, 무우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리고 한켠엔 봉지안에 든 시금치가 눈에 띄었다. 시금치는 납작하게 옆으로 퍼진 해풍맞은 시금치 마냥 색깔은 선명하고 그 끝은 붉은것이 무언가 단단한 맛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시금치 한봉지였다.


아마도 시금치를 보는순간 아버님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금치는 어머님의 부탁으로 아마도 아버님께서 자전거를 타시고 집과는 조금 먼 텃밭에서 뜯어오셨다는걸 알기에 그냥 시금치가 아닌것이였다.



지난 설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뵜었다. 명절을 보내고 올라오는길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고픈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순간이 있었으니, 아버님은 잠시 밖으로 나가셨다 돌아오시는 두손엔 한가득 시금치를 담아 오셨었다.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더욱 단단하게 단맛을 지켜낸듯한 짙푸르른 시금치가 한가득이였다. 그 밑단은 갓 태어난 강아지 발바닥 같은 아주 여린 분홍빛을 띠고 있으니 누가봐도 이건 맛이 없을수 없는 맛을 생각하게 하는 시금치였다.


명절동안 어머님께서 만들어주신 시금치 나물.


맛있게 먹던 아이들을 보시고 흐믓해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올라가서도 아이들과 맛있게 해먹으라시며 갓 따온 시금치를 다듬어 주시기까지 하신다. 워낙 많은 양의 시금치였기에 집에 와서도 3번에 걸쳐 시금치를 데쳐 냉동실에 소분해 놓은 상태였다. 나물 반찬이 마땅치 않은날 미리 해동시켜놓고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거나, 나물로도 묻혀 먹곤 했는데, 이 시금치를 보는순간 그때 그 시금치에 담긴 사랑이 시금치의 단맛만큼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시금치를 보는순간 아버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시금치를 데칠 준비를 했다. 팔팔 끓는 물에 시금치는 더욱 선명해졌고 달달함을 상상하며 한줄기를 잡아 올렸다. 찬물에 헹구어 맛을 보는순간 분홍빛 뿌리에서 느껴지는 달달함에 나도 모르게 끄덕끄덕 거리고 있었다. '아무런 양념을 안해도 이렇게 맛있을수가 있나?' 혼자 중얼거리며 간장과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통깨를 솔솔 뿌렸다.


저녁상 위로 한접시 올려 놓는다. 할머니께서 해주신 맛보다 엄마맛이 덜하다는 아이들에게 쬐림한번 해주고, 시금치는 같은거니깐 그냥 먹으라고 권유과 협박사이 어디쯤 말들을 늘어 놓았다. 시금치는 참 달았다. 우스개 소리로 시댁을 생각하면 시금치도 싫다는 말이 어느 드라마에서 들은거 같은데, 시금치를 보는순간 시부모님의 사랑이 떠오르는건 내 복인가 보다 싶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맞을수록 달달한 맛을 더욱 만들어낸 시금치처럼 단단한 마음으로 세상 살아가는 단맛을 느낄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자 들어간 시금치에 정성과 사랑 한가득 보내주신 부모님 마음 가득히 느끼는 오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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