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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Mar 08. 2022

봄이 오는길

매순간이 소중함이다.

요며칠 바람이 심하던 날에 비하면 오늘은 바람이 잠시 멈춘듯하다. 바람만 안불어도 따스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발걸음이 대신 말해주는듯 하다. 환절기를 겪는 요즘인지 피곤함이 내 어깨에 내려 앉아 있는 기분이였다. 자연스럽게 누울수 있는 공간을 찾아 잠시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삼십여분의 시간이 지날쯤.

우유는 안방 창가에서 여전히 바깥 세상을 보기 바빴다. 하루종일 혼자 있던 시간속에 우유에게 미안함에 더 누워 있을수 없어 툭툭 털고 일어났다. 사실 퇴근길 점점 두툼해지는 햇살이 한몫 한것도 있다.



제법 따스해진 햇살덕에 산책길은 우유가 더 설레어 하는듯 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은 어느덧 녹아 물 웅덩이를 만들어주고 있었고, 그늘진 곳은 아직 얼음이 얼려있는 계절이 공존하는 공간을 발견하니 잠시 머물러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낙엽 사이사이로 봄냄새가 우유를 바쁘게 만들었다. 봄이 주는 향기는 밝아진 저녁 해의 길이만큼 반가웠고, 둘째아이는 새학년 새학기를 맞이하는 이야기로 산책하는동안 밀도있는 대화도 할수 있다.

산책길 막판엔 올겨울 처음 만난 고라니도 소식이도 궁금했었는데, 내 마음이라도 전해졌는지 부스럭 소리에 바라본 곳은 고라니 한마리가 뛰고 있었다. 겨울이 주는 여백이라 가능한 고라니 모습이 반가움이였다.


우유는 어느덧 땅냄새를 더 가까이에서 맡고자 앞발로 땅을 판다. 순식간에 땅을 파는 기술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는듯 땅의 깊이가 깊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봄냄새를 즐기는 우유는 시골개의 본능을 제대로 보여주는듯 했다.


산책길 한켠엔 꽃나무 가지마다 봉우리가 봄을 알리듯 새싹들이 드리우고 있고, 이 작은 변화에도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봄이 오고 있다. 화단마다 제법 새싹들이 낙엽을 삐집고 올라오는 모습들도 보이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이 길 또한 계절의 색을 갈아 입을 것을 안다.


봄이 오는길.

반려견 우유를 만나고 처음 맞이하는 봄이지만, 우유 덕에 봄을 더욱 빨리 가까이에서 볼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 졌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집으로 오는 길 마지막엔 둘째와 찍는 인증샷에 오늘의 이야기를 하나 더 추가해본다.


특별하지 않은 날이 없다. 매순간이 소중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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