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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Mar 09. 2022

김치전을 마시게 만드는 맛!

꼭꼭 씹어 먹으렴

사춘기 초입에 접어든 첫째딸이 모든일정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다. 새학교 새학기 모든게 낯설기만한 환경속에 적응하리라 바쁘다. 중학교까지의 거리가 다소 걸리나보니 오고가는 길에서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를 소비하는듯하다.


학생증을 찍는다며 전날부터 혼자 분주하다.

머리는 어떻게 풀지, 양쪽다 귀뒤로 넘길지 왼쪽만 넘길지, 오른쪽만 넘길지, 아님 아예 다 넘기지말지 등등 사소한 몸짓부터 거울보며 다듬기 바쁘다. 점점 외모에 관심이 가질때라 충분히 뭘해도 이쁘단 내말에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엄마는 뭐 다이쁘대!~엄마말만 믿다가 옷잘입는단 소리 한번도 못들었어~!"


그러게  내딸에게 너무 관대했나보다. 뭘해도 이뻐서 이쁘다한건데 내가 하는말에 반항이 섞이기 시작하는 순간 사춘기가 왔다는걸 말이다.


다음날 학생증 찍기위한 준비를 마친 아이는 아침일찍 씻어야하니 알람을 맞추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은 아침 6시부터 계속 울리기 시작했고, 먼저 깬 난 좀더 자도 될거같아 알람을 꺼버렸다.


다시 잠에서 깼을땐 뭔가 시간이 오래지난기분. 어머나! 딸아이 방으로 들어가며 어여 늦었으니 일어나라고 말하며 달려갔다. 그때 시간은 7시20분. 학교를 50분에 나가야하는 상황이라 씻을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오늘 중요한 날이라고 내가 그랬는데 알람은 누가 껐냐는등 딸아이의 한마디한마디에 아무런 대응을 못했다.


이순간은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앞머리만 겨우 감고 부랴부랴 머리를 말리고 다듬었다.

마음 분주해하는 아이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사실은 이랬다.

잠든 아이방에서 핸드폰을 들고나와 거실에 둔건 늦게 귀가하여 전후 사정 모르는 아빠였기에 말이다. 잠들다 깨서 휴대폰 할거같기에 아빠는 잠든아이방에 인사하러 들어갔다가 눈에 보인 휴대폰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나의 무심함을 보태어 더 자라고 꺼버렸으니...우왕좌왕하는 아이에게 미안함이였다. 한창 외모에 관심많을때란걸 이해하는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준비하는 마음을  헤아려보니 더 미안했다.


학교를 향하는 아이발걸음에 잘다녀오라고 목소리에 평균톤으로 인사를 건네고 아직 등교전인 동생을 다그쳐본다. 얼른 옷을 입으라며.


바쁜 오전시간은 또 흘러 저녁밥상 앞에 앉았다. 새로운 친구 들 사귄  이야기, 누구누구네 반 친구등등 이야기는 오전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잊혔나보다.


급하게 먹는거 같다며 젓가락을 내려놓기전 딸아이는 김치전을 한입 크게 입에 넣고 혼잣말로 한마디 한다.

"김치전을 마시게 만들어~. 너무 맛있다.!"


옆에서 듣던 내가 피시식 웃고 말았다. 아침 알람을 무심히 꺼버린 엄마에게 뒷끝이 없다. 오늘 하루도 고맙게 저물어 간다. 소멸하는 시간에 기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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