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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고 향기롭게 Apr 22. 2022

안녕 올챙이들아~!

하루종일 날이 꾸물꾸물하다. 두껍게 덮힌 구름사이로 삐집고 들어오지 못할만큼의 햇살은 그대로 실종중이다. 은근 바람도 차게 느껴졌다. 퇴근후 맘 같아선 그대로 침대로 누워버리고 싶었지만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렸을 반려견 우유를 생각하니 안되겠다 싶어 그대로 리드줄을 채워 밖으로 나왔다.


익숙한 골목길 루틴에 우유는 늘 앞장선다. 날이 흐릿탓일까? 산책하는 다른 반려견들이 드물게 보인다. 평소보다 한적한 산책길엔 여전히 봄이 한가득이다. 풀향기, 꽃향기에 여념이 없는 반려견 우유가 마냥 신나 보인다.


내가 사는동네는 서울시 광진구. 가까이 아차산이 있고, 큰 도로 건너편엔 어린이 대공원이 있는곳. 조금만 달리면 한강공원도 가까운 이곳에 외곽으로도 빠지기 좋은 위치로 반려견을 키우기 전까지는 어린이 대공원이 나의 산책길이였다.


그러나 상황은 반려견을 키우면서 달라졌다. 공원엔 반려견 출입금지이기에 반려견과 함께 할수 있는곳을 찾다보니 자연히 산으로 걸음을 향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발견하였다. '이렇게 좋은데 왜 이제야 알았을까?'


아차산은 매년 새해 첫날 해맞이를 위해 오르곤 했지만, 한해 한두번 왔을까? 가까이 있으면서도 더 챙기지 못하는 등산은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관대한 아차산의 등산은 초보자도 쉽게 오를수 있으니 아이들과 주말이면 정말 갈데가 만만치 않을때 찾곤 했다.


가까이 있으면 그 소중함을 더 모른다 했던가! 반려견 우유와 산책하며 걷는 이길이 너무나 소중하다. 한편으로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다면 몰랐을 기쁨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유에게도 고맙다.




한동안 산책을 위한 걸음을 했던지라 계곡물 속 개구리알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최근 다녀갔을땐 알에서 깨어 나오지 못한채 올챙의 모습으로 아주 작게 꼬물거리던 기억이 마지막이였다. 조만간 막을 깨고 나올것 같다란 기대감을 남긴채 올챙이들의 안부를 들여다 보러 갔다.


예상대로 올챙이들이  제법 커져 있었다. 그사이 이리 커준 올챙이들이 신통방통 했다. 우유도 계곡물 들여다보며 물한모금 축인다. 올챙이들이 꼬물거리는 모습은 어린아이마냥 설레인다.




어릴적 졸졸졸 흐르는 논가 냇물엔 올챙이들이 물살을 거스리지 못한채 떠내려간다. 무리지어 떠내려 가는 올챙이들도 있고, 한두마리씩 드문드문 떠내려가는 올챙이는 몇날 며칠을 그렇게 시냇가의 풍경이 되었다. 봄이면 모내기를 준비하는 논들마다 물을 넣어야하기도하고, 물을 빼기도 한다. 시냇가의 물은 그런 모내기하는 논의 상태에 따라 물살이 빨랐다 느렸다 그림을 그린다.


물살을 거스리지 못한채 둥둥 떠내려가는 올챙이들은 그 끝이 어딜까만은 오늘 만난 계곡물속 올챙이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작은 물웅덩이에 저마다의 꼬리짓으로 헤엄치며 물속 이끼를 먹는건지 포동포동해진 모습에 절로 흐믓해지니 말이다. 이번주 비소식이 있던데 비오면 떠내려갈지 모를 올챙이들에게 안부를 전해본다.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가 되어 다시 만나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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