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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란가 Nov 22. 2023

사/랑/해

‘대단하지 않지만 더 대단한 것 없는 말'

“엄청 대단한 거 쓰는 줄 알았네.”


아직 어두운 새벽녘, 방 한편에 앉아 한창을 고민하다 포스트잇에 눌러썼더니, 아내가 일갈합니다.


저는 몇 해전 아이들과 포스트잇 필담을 나눴습니다. 새벽 출근하고 야밤 귀가하는 바람에 아이들 커가는 모습 보기 어렵고, 사소한 대화조차 나누기 힘들던 때, 포스트잇 필담은 아이들과 연결된 몇 안 되던 교감 장치였습니다.

업무가 바뀌고, 그 사이 워라밸이 자리 잡으며 퇴근이 빨라졌습니다. 자연스레 필담도 문을 닫더라고요.


이젠 아이들이 바빠집니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엘 갑니다. 아빠가 클 때처럼 친구와 약속이 1순위가 되기도 합니다. 숙제한다고, 인스타그램 한다고, 카톡 한다고 방에 들어가 안 나오기 일쑤입니다.


멈췄던 포스트잇 필담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알람이 울리기 전 이미 깬 상태로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지 고민해 봅니다. 포스트잇 한 장에 정리된, 솔직한, 아름다운, 맘에 닿는 말을 눌러 담고 싶습니다.


“이만큼 대단한 게 있을까?”


‘재개된 일일일포(하루 한 장 포스트잇)의 첫 장은 무엇으로 할까?’ 고민 끝에 ‘대단하지 않지만 더 대단한 것 없는 말'을 골랐습니다.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해주고 싶은 말, 제일 많이 듣고 싶은 말,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아이들로 자라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담기에 이만한 문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턴 ”잘 자“ 다음에 “사랑해“도 꼭 붙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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