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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라윤 Oct 02. 2021

회사에서 내 밥그릇이 불안할 때

내 정신 그릇부터 챙기는 법

드디어 벌어질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내가 처음에 몸담았던 팀의 수장이 결국 다른 팀으로 이동을 한다. 직급이 높아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는 해냈다. 최근에 이 팀에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팀을 이끄시던 분이 결국 제 밥줄을 찾아 떠나는 게 됨으로써 그 불안은 가중되었다. 이미 흔들리고 있는 배에 거대한 돌이 날아들어와서 중심부에 구멍을 낸 격이라고나 할까? 이미 폭풍우 속에서 흔들리는 이 선박을 크게 한번 더 휘청이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팀의 존재 유무가 풍전등화에 처한 상황에서 팀원들의 불안은 극에 달할 것이라 본다. 


회사원으로써 밥그릇이 불안한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시한폭탄을 등에 지고 폭탄의 초침이 가는 소리를 귓전에서 들으며 매일같이 뿌연 연기를 마시며 희미하게 연명하는 시간이 지속되면 누구라도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지난 분기에 나랑 같은 팀에 있는 친구가 이렇게 고백을 했다.

타라, 나 어제 매니저랑 미팅하기 전에 신경안정제 한 알 먹었다.
내 매니저 알잖아, 이해하지?

그 친구 왈, 매니저랑 일대일 미팅이 있었는데 그의 가혹한 피드백에 본인이 이성을 잃고 말실수하거나 스트레스 폭발해서 뭔가 잘못을 할까 봐 두려워서 그랬다고 한다. 약을 먹으면 1시간 정도 되는 미팅은 별 감정적 동요 없이 침착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잘 넘겼다고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안타까웠다. 이런 불안감도 아마 근본적으로는 내 밥그릇이 날아갈까 봐 하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마음이 불안할 때,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3가지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첫째, 불안의 이유는 불확실성이다.

인생이 불확실한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이것이 우리의 정신을 참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몇 가지라도 확실한 것들을 쭉 적어놓아 보아라. 적다 보면 알게 된다. 내 인생에도 확실한 몇 가지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주는 미팅이 몇 개 있고 나는 그 미팅에서 대충 무엇을 말할 것이고 또는 말해야 하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우선 듣고만 있을지. 즉 뭘 해야겠다는 대강의 그림이다. 이렇게 내가 할 일을 또는 해야 할 일들을 적어 나가다 보면 내가 내 일을 장악하고 있고 이에 대한 주인의식 (owndership)과 통제력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느낀다. 그러니 적어봐라. 그리고 지금 당장 오늘 또는 길게 이번 주라는 시간의 틀 안에서 초점을 맞추어서 적고 나의 통제권을 느껴라.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될 것이다.


불안의 씨에 물을 주지 말고 확실한 것에 더욱 매달려라.
확실한 것들에 대한 통제권을 몸으로 느끼고 나면
당신의 불안감은 어느새 저만치 떨어져 있게 된다.


둘째, 내 불안의 역치

우선 기억하자. 불안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나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즐긴다. 너무 편하면 오히려 그게 불안하다. 감당할 수준의 불안감은 현재에 안주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해답 없는 불안감이다. 


예를 들면 내가 불안한 것이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데에 있다면 그것의 근본은 언젠가 해고된다던지 또는 더 능력 있는 다른 누군가와 경쟁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감정에 빠지지 말고 별거 아니어도 뭔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의 경우에는 바로 어디든 다른 곳에 지원을 해보자. 로또를 사면 발표가 나기 전에는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한 주를 살아가는데 구름길을 걷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다른 곳에 지원을 하면 희망이 고개를 든다. 거기에 보태서 연락까지 오면 "거봐, 나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 생각에 자신감도 들고 현재 내 일을 잃을 것이라는 박탈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늘 나는 그 디렉터가 결국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괜히 불안했다. 그래서 한참 내가 눈여겨보고 있던 그 포지션이 생각났다. 불안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역치 시킬 희망찬 방법을 찾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원인에 대하여 바로 행동을 취하는 것이 그 솟구쳐 오르는 불안감을 잠재워줄 것이다.


셋째, 커리어는 장기전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내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 가장 큰 일이고 그래서 길게 볼 수가 없다.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게 내 일이 되고 보면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결국,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혹여 그렇다 해도 그게 최선이 아닐지인데 회사생활이라고 다를쏘냐. 종국에 가서는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다. 그러니 너무 일희일비하면서 에너지를 쓸 것이 없다. 나를 아끼는 건 나뿐이다. 나 안 힘들게 나 행복하게 나에게 발전이 되는 그런 일 하면 되는 거다. 


능력위주 회사라고 더 공평하고 인맥/ 학벌로 평가한다고 해서 덜 공평할 것 같은가?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결국 제대로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한다. 얼마큼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는지는 네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얻고 해야  되는 질문이지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2차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에서의 불안감은 내 인생의 바통을 남이 쥐고 있다는 데에서 온다.

내쪽으로 가져오라. 그러려면 내 커리어에 대한 나의 계획이 있으면 된다.

회사를 숭상하지 말고 나를 숭배를 하라. 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나를 아끼고 위하라.

회사가 아닌 내가 갑이 되는 것은 그렇게나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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